[추석담화]'취직은 언제..?' 명절이 괴로운 취업준비생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이동 인구는 약 2925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명절에도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준비생과 공무원시험, 교원 임용고시 준비생들이다. 하반기 취업시즌과 다가온 시험일정으로 마음이 바쁜 이들은 친척들의 질문 공세 대신 홀로 명절나기를 택했다. 올해도 노량진에서 추석을 맞게 된 공무원시험 준비생인 김승혜(30·가명)씨는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학원에서 특강을 듣는다"며 "친척들 만나는 것도 괜히 불편하고 남과 비교당하는 것도 싫어서 차라리 공부하는 게 더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이런 수험생들을 위한 추석특강 프로그램에 개설해 운영 중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중등교원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박은수(27·가명)씨도 고향에 가는 대신 독서실로 향했다. 박씨는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공부의 흐름을 깰까 걱정됐다"며 "혼자 차분하게 공부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고향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부모님도 '시험준비가 더 중요하다'며 겉으로는 서운함을 내색하지 않는다"며 "올해 꼭 합격해 내년에는 당당하게 고향에 내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도 명절 때 쏟아지는 가족과 친척들의 관심이 버겁긴 마찬가지다. 고향에 가는 대신 홀로 명절을 보내기로 한 취업준비생 최현준(29·가명)씨는 "차라리 시험준비라도 한다고 하면 덜 시달릴 것 같다"며 "친척들도 좋은 의도로 한 두 마디씩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에서 집계한 8월 청년실업률은 6.4%에 이른다. 전체실업률 3%보다 2배 가량 높다. 지난 27일에는 박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청년실업자 10여명이 청주지방고용노동지청 앞에 모여 합동차례를 지내기도 했다. 취업하지 못해 고향에도 갈 수 없는 청년들이 취업이 얼마나 힘든지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행사를 주최한 이상덕(33) 청주청년회 회장은 "정부는 청년 실업해소를 위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라"며 "공공기관과 대기업부터 청년 의무고용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취업준비생들도 따뜻하고 넉넉한 한가위를 보내고 싶다'는 외침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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