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와의 교역에서 FTA로 인한 수출증대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품목은 'FTA효과'가 발효 후 1, 2년 만에 사라지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주요국과의 FTA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칠레가 일부 품목을 수입하는 데 있어 한국산 비중은 2004년 FTA 발효 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칠레는 한국이 FTA를 맺고 발효한 첫번째 국가다.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 제조업분야의 경우 발효 후 전체 국가 가운데 한국산 비중이 5% 이상 늘었으나 2009년을 기점으로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일반 목적용 기계제조업분야는 발효 후에도 답보상태를 유지하다 2007~2008년 소폭 증가하다 다시 하락하는 추세다.2007년 발효한 아세안과의 FTA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아세안지역 국가가 통신장비 및 방송장비를 수입할 때 한국산 비중은 2007년 이후 1년간 반짝 증가하다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전자부품 및 전동기ㆍ발전기 분야 역시 발효 후 1년이 지난 약간 증가했지만 이후 정체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원은 이같은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FTA가 늘어나는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금혜윤 지역통상팀 전문연구원은 "한국과 FTA를 발효한 국가들이 여타 국가들과 FTA 체결에도 적극적인 만큼 한국이 누릴 수 있는 FTA 긍정적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수입국가들 다변화하는 무역전환효과에 따른 반사적 피해"라고 설명했다.연구원은 FTA 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FTA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역별 경제통합이 활성화돼 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단순히 FTA 체결국을 늘리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외교통상부에 따르면 9월 현재 한국과의 FTA가 발효된 건 8건, 국가로는 45곳에 달한다.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모두 합하면 전 세계 GDP의 65%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이 FTA체결국과 교역규모는 여기에 훨씬 못 미친다. 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전체 교역에서 FTA 발효국과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 26.4%, 수입은 23%에 불과하다. 한국이 FTA 체결국과 교역을 늘릴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다.금 연구원은 "한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들이 FTA상대국 범위를 늘리고 있어 이들 시장에서 한국이 누릴 수 있는 FTA 이점은 점차 줄어들 수 있다"며 "상대국과 정보교환 및 홍보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효율적인 FTA 이행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식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통상교섭본부 당국자는 "개별 FTA마다 각기 다른 원산지 입증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비해 수출 중소기업이 보다 실질적인 혜택을 얻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FTA가 발효됐지만 정작 실제 교역과정에서 관세절감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세안 소속인 인도네시아가 한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내려주지 않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외교채널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관련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현지에서도 지난한 입법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단기간 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최대열 기자 dy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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