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갖고 있는 주식을 팔면서도 고객에게는 사라고 권하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 자신들이 가장 많이 매각한 종목에 대해 단 한 번도 팔라고 권유한 적이 없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들이는 사이 증권사들은 보유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겼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증권사의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에 대한 분석보고서 1970건 가운데 '매도' 의견은 한 건도 없었다. 되레 '매수' 의견이 1920건(97.5%)으로 압도적이고, '중립' 또는 '의견없음'도 50건(2.5%)에 그쳤다.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도 매수 권유 일색이었다. 이 중 연초 대비 주가가 하락한 종목이 16개다. 증권사가 경기불황에도 자꾸 주식을 사라고 권하면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개인들이 피해를 본다. 기업과 증권업계 관계자를 직접 만나 정보를 얻기 힘든 개미 투자자들에게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개인들은 정보에 대한 분석 능력도 떨어진다. 2008년 이맘때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은 왜곡된 투자정보가 어떻게 금융시장을 혼돈에 빠뜨리는지를 보여주었다. 집값이 하락하자 그전에 금융회사들이 매수를 권유한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파생상품시장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졌다. 지금 유럽ㆍ미국ㆍ일본에서 경기를 부양하려고 돈을 풀어대고 있다. 이들 자금이 국내 증시로 몰리는 터에 증권사들이 계속 매수 권유만 해대면 외국인에게 치고 빠지기식 투기판을 제공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한국은 매도 보고서를 낼 환경이 아니다'라고 강변한다. 매도 의견을 내면 기업과 투자자의 항의전화가 빗발친다면서. 그러니 '중립'이나 '목표주가 하향조정'을 매도 의견으로 해석하라는 것이다. 해당 기업과 거래 수수료를 챙기는 증권사에 도움이 되는 '매수' 방향으로만 권유하고 '매도'라는 불편한 선택을 외면하는 것은 증시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다. 증시가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매도나 중립 의견 리포트가 액면 그대로 인정받아야 한다. 증권사는 전문성ㆍ공정성으로 무장한 보고서를 내고 시장이 이를 수용할 수 있어야 근거 없는 루머와 작전세력이 시장을 휘젓는 행위도 막을 수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