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슬(선박)푸어 죽어나는데 일감 日에 빼앗길 판'

이종철 한국선주협회장 기자간담회

이종철 한국선주협회 부회장(stx부회장)은 해운업계 위기 극복을 위해 3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하우스푸어는 각종 정책으로 구제하고 있지만 베슬(선박) 푸어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에 일감까지 빼앗길 지경이다".이종철 한국선주협회장(STX 부회장)이 12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 19층 브람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운업계를 '베슬푸어(vessel poor)'라고 정의했다. 그는 "하우스푸어를 비롯해 건설, 조선 등은 각종 정부 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만 해운업은 사후대책 뿐"이라며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그는 총 3가지 측면에서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이 회장은 대량화물의 국적선 수송체계 확립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책 화물은 우리나라 국적 선사가 수송해야 한다"며 "이것이 어렵다면 상호주의에 따라 우리나라 국적 선사들에게 화물 수송을 개방한 나라에게만 우리나라 화물도 개방하는 체제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 5개 발전 자회사는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총 18척의 장기운송계약을 일본계 선사에 넘겼다. 일본계 회사는 발전 석탄 수입량의 25%를 수송해 연간 2400억원, 총 2조6500억원의 외화가 국외로 유출됐다. 특히 일본은 자국내 제한된 해운사만이 국책화물을 수송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 해운사에 화물을 주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일본 선사에 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 해 외화만 유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선주협회는 이에 발전 자회사들이 상호주의를 적용해 일본계 선사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발전사 경영실적 평가제도에 대한 개선해 최저가 입찰제만 고집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달 말께 발주하는 15만톤급 유연탄 장기수송 7척에 대한 발주건에 NYK벌크쉽코리아 등 일본계 선사가 진입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회장은 대량화주들의 2자물류에 진출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그룹의 삼성전자로지텍, 그룹의 글로비스, 롯데그룹의 롯데로지스틱스의 그룹 화물 의존도는 최고 90%대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와 삼성전자로지텍의 경우 그룹내 일감 몰아주기로 7년간 성장률이 300~1600%에 다다른다. 같은 기간 3자물류업체인 대한통운, (주)한진의 성장률은 200%에 그쳤다. 그는 "대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물류 부문의 아웃소싱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세계적인 물류기업의 탄생도 예상할 수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나서면서 그나마 이슈가 됐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좀 더 선명하게 그룹내 물량을 퍼센트로 제한하는 등 강제력 있는 방안이 동원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이 회장은 유동성 지원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고가의 선박을 도입하기 위해 금융이 필수적으로 해운업은 점차 금융업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통적인 시황산업인 해운업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잣대는 왜곡된 부분이 있다"며 "조선과 해운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금융기관의 탄생과 더불어, 조선·해운을 제대로 알고 있는 금융인재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해운업의 경우 약 10년을 주기로 불황과 호황이 찾아온다. 특히 불황때는 효과적인 금융지원을 통해 선박을 확보해 호황기 높은 가격에 팔아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에 해운 선진국들은 정책금융기관들이 깊이 이같은 작업에 참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기관이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관련 인재들은 2년 터울로 교체돼 실제적으로 해운업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안목을 갖추기 어렵다. 그는 "정작 어려울 때 금융권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실적만 보고 자금 지원을 꺼리니 문제"라며 "선박전문금융기관의 탄생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관련 법안도 이번 국회에는 통과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이외에도 이 회장은 해양수산부의 부활이 해운업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또 "해양 중심지는 어느덧 영국 런던에서 싱가포르로 옮겨가고 있다"며 "부산의 해양클러스터 구축의 속도는 더욱 빨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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