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수 비상, 재정의 역기능을 걱정한다

산 넘어 산이다.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세금감면이란 칼을 빼들었더니 이번에 세금징수 목표 달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의 곳간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으면 재정의 기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제때에 필요한 곳에 재정을 투입하지 못하면, 결국 재정이 불황에 손을 놓는 꼴이 돼 경기조절에 역기능을 하게 된다. '세수 비상'이 걱정되는 이유다.  정부가 내놓은 내수 대책으로 올해 줄어들게 될 국세 규모는 1조6000억원을 웃돈다.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액을 줄인 요인이 가장 크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미분양주택 양도세 감면 등도 상당한 세수 감소를 부른다.  국가 재정의 한 축인 세외 수입도 목표달성이 어렵다. 2조원 규모의 공기업 매각이 사실상 물 건너 간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예산에 책정했던 공기업 주식 매각액은 기업은행 1조원, 산업은행 9000억원, 인천공항공사 4000억원 등 2조3000억원이다. 정치권의 반대 등으로 매각작업은 모두 벽에 부딪쳤다.  가뜩이나 불황으로 올해는 세금이 덜 걷힌다. 올 1~7월 국세 수입은 130조9000억원으로 연간 목표 대비 진도율은 63.6%에 그쳤다. 2009~2011년 같은 기간 평균 진도율 64.3%를 밑도는 실적이다. 전체 세수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부가세 및 관세 수입이 특히 부진하다. 내수와 수출입이 동반 위축되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경기예측기관의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추세는 올 하반기를 넘기고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세수 비상의 상황에서 정부는 무엇보다 지하경제를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세원 발굴에 전력해야 한다. 절세를 가장한 전문직 등의 지능적인 탈세, 국부유출을 부르는 역외 탈세 등에 엄정 대응해야 할 것이다.  경기에 대응하는 효율적인 재정집행도 중요하다. 정부의 곳간이 흔들리지만 오히려 재정 수요는 넘친다. 정치권이 대선용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절제력을 발휘하면서 경기 진작에 힘이 되는 곳에 우선순위를 돌리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세수 감소로 손발이 묶인 재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불황을 한층 심화시키는 경기 역작용을 해서는 안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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