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미국이 이란을 협상테이블로 다시 돌아오게 하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막기 위해 페르시아만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나서고 이란을 겨냥한 미사일방어(MD)를 한층 강화하는 등 선전포고만 하지 않을 뿐 사실상 전쟁에 준하는 조치를 총동원하고 있다.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4일자에서 미국은 몇 달 안에 선제군사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한 이스라엘을 달래는 동시에 이란에는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광범위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우선 미국은 이달 말 페르시아만에서 25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기뢰제거 훈련을 벌인다.이란이 원유수출 차단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을 국제사회가 충분히 막을 수 있고 단결돼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취지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라고 NYT는 전했다.미국은 또 다음달에는 이지스함과 패트리어트 지대공미사일 포대가 참여하는 방공훈련을 이스라엘과 공동으로 실시한다.미국은 이와함께 카타르에 구축하고 있는 새 레이더망도 몇달 안에 완공할 계획이다. 이 미사일망은 이미 가동중인 이스라엘과 터키의 미사일망과 연동해 중동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완성할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NYT는 미국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란이 설령 핵탄두를 개발하고 그것을 미사일에 탑재할 능력을 갖춘다 해도 미사일 방어망에 무력활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경고를 어느 정도까지 분명히 해야 할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선 정국에서 상당히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그동안 일부 참모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전에 이스라엘은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분명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아직 그럴 단계도 아닌데도 오바마를 전쟁의 코너로 몰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해 왔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일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지에 대해 지나치게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이란에 대해 금지선을 설정하지 않으며,이란은 이란의 핵무기를 중단시킬 국제사회의 결의를 모른다”고 맹공격을 퍼부었다. NYT도 오바마 행정부가 취한 다양한 조치들이 이란의 핵개발 저지라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당면한 목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대(對) 이란 사이버 비밀작전인 ‘올림픽 게임스’의 후속모델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시작돼 오바마 행정부에서 가속된 '올림픽 게임스'는 이란원심분리기를 교란시켜 한동안 통제불능 상태로 만들었지만, 이란은 2010년 이후 대부분의 이란 핵시설에 이런 공격에 대한 방어능력을 확보했다. 미국이 이런 유형의 비밀작전에 나선 것은 이스라엘이 군사공격 이외의 대안을 제시하도록 달래면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 이란의 반격은 불을 보듯 뻔하고 이 경우 새로운 중동전쟁이 불가피한 것으로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염려하고 있다.확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가 이날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되면중동지역 내 미군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단적인 사례이다.헤즈볼라의 지도자 사이드 하산 나스랄라는 레바논의 알 마야딘 방송과 인터뷰에서 “(공습에) 대응하기로 결정했으며 대응은 매우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대응은 단순히 이스라엘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며 이 지역의 미군 기지들이 표적이 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는 데는 미국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미국은 이스라엘로부터 욕을 먹으면서도 여전히 이란을 대화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NYT는 백악관 안보팀은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논의가 어느 정도 진전됐는 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그런 미국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뎀프시 의장은 지난주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란 핵개발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파괴하지는 못한다”면서 “성급한 공격은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마저 실패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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