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엔 입술이 알록달록
주머니 사정은 안 좋은데 꾸미고 싶을 때, 최소한의 돈으로 얼굴에 큰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여자들은 립스틱을 찾는다. 한숨 쉬는 입술, 팍팍한 살림살이를 푸념하는 입술색마저 우중충하긴 싫은가 보다. 보통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사람들은 꾸미는 데 인색해진다. 때문에 화장품과 의류는 불황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4, 5월 화장품과 의류의 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그러나 립스틱과 같은 저가의 상품은 판매가 늘어났다. 불황일 때 소비자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저가 상품이 잘 판매되는 현상, 이른바 ‘립스틱효과’다. 다른 말로 ‘저가제품 선호추세’라고도 한다. 립스틱을 바른 주부들은 백화점 매대에 진열된 상품을 찾았다. 가전매장에서는 값비싼 에어컨보다 제습기나 선풍기를 택했다. 에어컨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약 30% 가까이 감소한 반면 제습기 매출은 두 배 이상, 선풍기는 10% 가까이 늘었다.여기에 ‘반값’이나 ‘소형’이라는 단어가 붙은 상품은 신주 모시듯 했다. 식품매장에서는 라면과 소주를 샀다. 지난 2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소주 출고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1.15% 늘었다. 라면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3% 증가했다. 립스틱을 손에 쥔 이들에게 성형외과는 필요 없었다. 성형외과는 경기가 좋을 때 가는 데다. 불황기엔 여성들의 입술을 눈여겨보자. 알록달록해진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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