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카피캣' 오명 벗었다 ··· 판결 의미는?(종합)

법원, 애플의 '디자인 특허' 기각...천문학적 손해배상액 걸린 미국 판결에 이목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삼성전자가 안방에서 애플에 사실상 승리를 거뒀다. 이번 판결로 삼성전자가 얻은 최대의 성과는 법원이 애플측 핵심 주장인 '디자인 특허'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카피캣(copycat)' 이미지를 씻어낸 데 있다. 국내 법원의 1심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전세계의 이목은 이르면 24일(현지시간) 나올 미국의 배심원 평결에 집중되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은 24일 삼성전자·애플의 국내 소송에서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 2건, 삼성전자가 애플의 상용특허 1건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애플의 침해가 인정된 삼성전자의 특허는 ▲단말이 사용할 자원의 전송모드를 알려주는 기술(975) ▲분할 전송되는 데이터의 각 부분을 구분하는 기술(900)에 관한 것이다.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패드, 아이패드2 등이 해당 특허를 침해했다.삼성전자는 ▲사진이나 문서의 맨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바운싱 백' 특허(120) 1건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탭(7인치), 갤럭시탭 10.1인치 등이 해당된다.이번 판결에서 양측이 입을 실질적인 피해는 미미할 전망이다. 피해 보상액이 워낙 적은 데다 양사가 판매 금지 및 폐기 처분 명령을 받은 제품은 구형 모델이라 시장에서 거의 팔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최신 모델에서는 이번에 침해 판결을 받은 '바운싱 백' 특허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 애플의 특허 침해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실리보다는 '명분'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애플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아내거나 아이폰, 아이패드 판매를 금지시키면서 얻은 실질적 이익은 적다. 그러나 법원으로부터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확인을 받아냄으로써 '카피캣(copycat)' 이미지를 벗어던지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애플은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아이폰,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해 소비자들이 갤럭시와 아이폰을 구입할 때 혼동한다며 삼성전자를 카피캣이라고 쏘아붙여왔다. 반면 법원은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 특허를 포함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단 1건도 인정하지 않았다.재판부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제품은 직사각형에 모서리가 둥글다는 유사점이 있지만 모바일 기기를 식별하는 중요한 잣대라고 보기 어렵다"며 "소비자들은 단순히 외관만 보고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운영체제, 성능, 작동법, 애플리케이션 호환성,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국내 법원의 1심 판결이 삼성전자의 승리로 끝나면서 이르면 24일 나올 미국 법원의 배심원 평결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배심원 평결은 법원의 판결과 직결돼 사실상 평결이 나오면 판결의 윤곽도 드러난다. 특히 미국 법원의 판결은 전세계에서 진행 중인 재판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데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해배상액이 걸려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우선 양측이 제기하는 손해배상액 자체가 어마어마하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디자인 특허 침해로 입은 손실이 27억5000만달러(3조113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통신 특허 침해로 4억2180만달러(4775억원)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맞선다. 국내에서는 양측 모두 소송가액을 1억원으로 제시했지만 미국에서는 규모 자체가 다른 셈이다. 특허 침해 판결이 나올 경우 상대방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해를 배상해줘야 한다.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 법원의 판결이 전세계에 미칠 파급력이다. 미국 재판의 배심원 평결은 전세계 10개국에서 진행 중인 20여개 소송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애플의 안방에서 나오는 판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만약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다면 삼성전자는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전통적 휴대폰 제조사로서 통신 특허에 대한 기술력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판매 1위가 아니라 글로벌 리딩 기업의 이미지도 확고히 할 수 있게 될 기회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도 매우 크다.업계 관계자는 "국내 판결의 가장 큰 의미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카피캣이라는 이미지를 벗었다는 것"이라며 "이르면 주말에 나올 미국 법원의 판결에서도 국내와 비슷한 판결이 나올 지 이목이 집중된다"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권해영 기자 roguehy@ⓒ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