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영규 기자】효원과 예향의 도시 경기도 수원이 요즘 잔뜩 체면을 구기고 있다. 여성을 상대로 한 잔혹한 살인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여성 범죄도시'로 이미지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지정된 '여성친화도시'마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1일. 수원 지동에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오원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오원춘은 길 가던 20대 여성을 납치, 잔혹하게 토막 내 살해했다. 현장 감시에 나선 전문가들은 오원춘에게 사건 빌미를 제공한 원인 중 하나로 가로등을 지적했다. 사건 현장의 가로등은 깨져 있었고, 골목은 컴컴해 범죄를 저지르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도 한몫했다. 또 폐쇄회로TV(CCTV)는 50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돼 있었다. 4개월 뒤인 8월21일. 수원 정자동과 파장동 일대에서 '묻지마 살인'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만취 상태에서 주점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흉기로 찔렀다. 이어 주택가로 도망친 피의자는 가정집에 잠입, 인기척에 놀란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 또는 중상을 입혔다. 피의자의 살인 동기는 술값 시비가 화근이었다. 피의자는 애초 사고 술집이 아닌 다른 술집에서 술값 시비로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피의자는 술에 취한데다, 골목마저 어두워 엉뚱한 술집에 들어가 애꿎은 여주인을 상대로 칼을 휘둘렀다.오원춘 사건에 이어 4개월만에 다시 터진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수원시민들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수원 영통에 사는 김고은 양(고1)은 "아파트 입구에 오면 집에 계신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내려오도록 한 뒤 같이 올라간다"며 "혼자 집에 들어 갈때는 문을 닫자 마자 보조키부터 걸고, 다시 자동키를 잠근다"고 말했다. 수원 장안동에 사는 이미영 씨(50)는 "딸아이가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데, 밤에 늦게 들어오면 걱정부터 앞선다"며 "조금만 늦으면 무조건 택시를 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원시는 지난 2년 전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곳은 시흥, 안양, 안산 등 4곳 뿐이다. 수원시는 여성친화도시 지정 후 '여성의 감수성이 살아나는 수원'을 조성한다며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여성근로자 복지센터, 주차장 여성 화장실 설치 등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나치게 공간 조성 사업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여성대상 범죄와 관련된 정책은 전무했다. 여성친화도시 지정 후 2년 동안 수원시가 내놓은 가시적 성과물은 지난 2월 '수원시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제정과 '여성건강증진센터' 설립이 전부라는 평가다.이영규 기자 fortun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이영규 기자 fortune@<ⓒ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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