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The Living Ocean and Coast)'을 주제로 열린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3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최근 폐막됐다. 이번 여수엑스포는 아름다운 항구 여수를 세계에 알렸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을 포함한 전 인류에 해양의 미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게 한 행사였다.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낳는 것처럼, 세계적인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에 안주하기보다 이번 엑스포가 더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우리는 흔히 인류가 직면한 환경, 식량, 에너지, 자원 등의 문제를 해결해줄 공간이 바다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바다에 관심을 가지고, 바다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해양오염물질이 쌓이고, 바다쓰레기가 섬을 이루고, 지구 최후의 코끼리거북이가 숨을 거둬 공식적으로 멸종됐으며, 해수면이 높아져 국토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나라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바다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시점에서 인간이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바다'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양과학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다는 생명의 모태이며, 생물다양성의 보고라는 것은 자명하다. 지구상 생명체의 약 80%가 바다에 서식하고 있으며, 이번 여수엑스포의 주제인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의 핵심적인 주인공 역시 해양생명체였다. 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주는 광합성량을 기준으로 해양생물이 육상의 것보다 더 많고, 전 지구적 생물계의 유전적 다양성을 지탱해주는 원동력도 해양생물이다. 이처럼 다양한 해양생물과 유전자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분야가 바로 해양생명공학기술이며, 이는 미래 녹색산업의 중요한 아이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여수엑스포에서는 해조류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바이오에너지를 만들거나, 바이오플라스틱ㆍ바이오섬유의 원료물질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 등이 소개돼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해양의 극한환경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을 이용, 바이오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제철소 등에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를 해양극한미생물을 생촉매로 이용해 수소로 전환시키는 이 기술은 순수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수소 생산기술이다. 지난 6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플랜트동을 준공해 대량생산을 위한 기반이 구축된 만큼 향후 경제성이 높은 녹색에너지 자원의 확보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바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심해영역은 90% 이상이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특히 차가운 수온과 높은 압력 등 극한의 환경으로 인해 심해 연구 활동은 우주를 탐사하는 것에 비교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에너지소비국이며, 동시에 그만큼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기도 하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또는 국가의 위상에 걸맞기 위해서라도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해양의 이용과 해양자원 개발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해양바이오수소 생산 기술'과 같은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해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번 엑스포를 통해 해양의 이용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더 넓게 확산된 만큼, 해양과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 또한 확대됐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지가 해양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로 이어져 우리나라가 진정한 해양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이정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