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자동차ㆍ부품업계의 파업에 노노(勞勞)갈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조합장 봉쇄로 노사 교섭 자체가 무산되는가 하면 잠정합의안을 둘러싸고 원색적 비난까지 서슴지 않는 등 노동조합 내분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이날 오후 사측과 교섭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부 현장조직과 비정규직 노조의 반대집회에 직면했다. 앞서 지난 17일 현대차 노사간 제 17차 교섭은 일부 노조 현장조직의 협상장 봉쇄로 무산됐다. 사측이 사내하청(하도급) 근로자 30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하는 등 '통 큰' 제안을 내놓으며 파업이 마무리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된 직후였다. 현대차 노조의 협상장 봉쇄는 2008년에 이어 두번째다. 노조 관계자는 "2008년 집행부였던 현장조직의 협상장 봉쇄로 사측의 수정 제시안은 받아보지도 못한 채 교섭이 무산됐다. 봉쇄는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교섭 막바지인 중요한 상황에 사측이 아닌 노조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한국GM 노조)는 지난주 이틀간 진행한 노사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압도적 반대로 부결되며 이날부터 재교섭에 돌입했다. 투표 결과 잠정합의안에 대한 반대는 무려 81.3%에 달했다. 투표 기간동안 한국GM 노조 게시판에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집행부에 대한 비난과 욕설, 이를 두둔하는 글 등이 연일 수십여개씩 올라왔다. 여기에 집행부 사퇴요구를 비롯한 각종 선전물이 현장에 쏟아지며 노노갈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부결로 인해 추후 노노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민기 지부장은 "잠정합의 후 교섭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알고 있고,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각오로 재교섭에 나서겠다"며 "이날 교섭대표 회의에 이어 확대간부합동회의를 통해 향후 방향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자동차부품회사인 만도도 임단협을 둘러싸고 노조 내 의견이 갈리며 집행부 사퇴, 제2노조 출범 등 노노갈등을 겪고 있다. 르노삼성 또한 제2노조 설립이 추진되며 노노갈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상태다. 자동차ㆍ부품업계의 노노갈등은 부분파업 돌입 후 한달 이상이 지났음에도 좀처럼 임단협이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측면이 크다. 파업이 장기화되며 명분과 실리를 요구하는 온건파와 투쟁을 외치는 강경파 사이에서 의견충돌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임단협은 각사 임금안 등보다 노동계 이슈인 주간연속2교대제,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이 중심이 되고 있어 이에 대한 일부 노조원들의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기침체 상황에서 대기업 노조의 파업에 대한 여론도 악화된 상황이다. 한국GM 소속 한 노조원은 "노노 싸움으로 번진다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조슬기나 기자 seu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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