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한 달 새 경제팀을 세 차례나 공개적으로 질책했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챙기는데도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조차 진척이 없어서다. "이렇게 할 거면 장관 주재로 회의를 하라"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대통령이 화를 낸 대상은 관련 회의에서 추진키로 결정했거나 대통령이 지시한 것들이다. 수출업체에 대한 금융지원 대책 마련(올 3월 대통령 지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전심사제 도입(4월 관련부처 회의 결정) 등인데 7월 말 대통령 주재 회의까지 진전이 없었다. 각 부처 장관들은 관련부처가 합의해 추진키로 한 사항에 대해선 부처이기주의를 버리고 적극 실행해야 한다. 행정권한을 놓지 않기 위해 정권 말기까지 몇 달만 버티자는 생각이어선 곤란하다. 복지부동으로 적당히 넘어가기에는 대내외 경제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엇비슷한 이름의 회의를 구조조정해 장ㆍ차관 등 정책 책임자를 현장으로 보내야 한다. 비상경제대책회의ㆍ위기관리대책회의ㆍ경제활력대책회의ㆍ물가관계장관회의ㆍ대외경제장관회의ㆍ경제금융점검회의(청와대서별관회의)ㆍ국가정책조정회의 등 더 갖다 붙일 이름이 없을 정도로 회의가 너무 많다. 사무실에 앉아 탁상공론만 할 게 아니라 현장을 점검ㆍ확인하고 애로사항을 들어 추가적인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회의를 위한 회의' '보여주기 위한 회의'는 없애는 게 낫다. 대통령 입장에선 정권 말기라도 자신이 임명한 장관들조차 움직이지 않는데 대한 실망이 클 수 있다. 그렇다고 공개석상에서 화를 내면 스스로 리더십을 손상시키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이 불안해진다. 대통령 스스로 왜 이런 레임덕 현상이 일찍 찾아오고 심각한지를 곱씹어야 한다. 집권 초기부터 '고소영 내각'으로 지칭되는 인사 파행에서 비롯된 부분이 적지 않다. 정치권도 대선을 의식해 무조건 현 정권을 비판하거나 청와대와 거리를 두려고 하지 말고 국가적 차원에서 협조할 부분은 도와야 한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이 그렇다.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위기 극복이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경제를 잘 관리해 차기 정부에 바통을 넘겨주어야 한다. 레임덕으로 치부하기에는 현 정부의 남은 임기 6개월 보름은 너무 길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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