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도시도 '고향마을'처럼

'마음의 고향'이란 말이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을까. 원래 고향이란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을 뜻한다. 그러나 점차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란 뜻으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  우리는 고향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때 널따란 마당에 낮은 담장, 서로의 경조사는 물론 숟가락이 몇 개인지 헤아릴 정도의 가깝고 정이 넘치는 이웃들의 모습을 그리게 된다. 왠지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와 '고향'은 서로 이질적인 느낌이다.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 선 도시 속 현대인들에겐 이웃과의 가벼운 인사조차 어색해졌다. 어느덧 '고향'이란 아련한 존재이며 갈망의 대상이 된 것이다.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 '고향'은 마음에서만 그리는 존재가 된 것일까. 서울 한복판에 있어도 사람들과 정을 나누어 지낸다면 이곳이 바로 고향이다. 도시도 서로 정을 나누며 의지하고 사는 훈훈한 삶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도시를 고향으로 바꿔가는 반가운 움직임이 최근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그 움직임이란 바로 '마을 공동체 만들기'다.  '마을 공동체 만들기'는 주민생활과 직결된 공동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조직체를 형성해 해결해 나감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 또는 사업이다. 즉 문화나 경제, 여가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웃 간에 나눔과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성동구 금호1가동은 재활용품 상설가게 '보물단지'를 주민들이 직접 열고 운영 중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재와 재능을 기부해 직접 가게를 완성했고 주민 100여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은 당번을 정해 가게 일을 돕는다. 헌 옷들은 동네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에서 실비만 받고 세탁과 수선을 해 준다. 물품기증자에겐 할인쿠폰과 커피쿠폰을 제공하는 등 운영전략도 있다. 여기서 얻은 수익은 지역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성수1가2동은 또 다른 형태로 경제적 공동체를 만들었다. 주민들이 직접 모종을 심고 관리방법 등을 배우며 허브교육장을 꾸몄다. 교육을 통해 수확방법을 배우고 이를 활용한 허브차 방향제 화분 등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매장까지 마련한 것이다.  옥수동은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알뜰미용카페'를 운영 중이다. 미용사 자격을 갖춘 자원봉사자들이 파마 5000원, 커트 2000원이란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을에 대한 애착과 자긍을 가지도록 마을을 특성화하는 공동체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살구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처럼 행당동(杏堂洞)에서는 집마다 살구나무 심기 운동을 추진 중이며 다른 동네 주민들도 스스로 길가나 자투리땅에 꽃길이나 자연학습장을 조성하며 더 나은 마을 환경 가꾸기에 열심이다.  옛 우리 마을의 두레와 같은 모습도 볼 수 있게 됐다. 마을 주민들은 텃밭을 만들고 상추 호박 고추 가지 등을 재배하고 있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손이 많이 가는 이 과정을 주민들은 협력하여 이뤄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어떤 공동의 목표를 가지면서 자연스레 그간 무관심했던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마을 공동체'는 이웃 간 소통의 장이며 협력의 장이 된 것이다. 이런 성공적 사례들은 더욱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들며 정착시킬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인간소외 현상에 대한 해법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 냄새 나고 정감 있는 마을 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을 공동체 만들기'에서 비롯된 이웃에 대한 관심과 나눔은 주민 모두에게 고향에서 느낄 수 있는 안식을 가져다 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머지않은 미래에 지금 살고 있는 이 도시가 누구에게나 고향이라 여길 수 있는 곳이 되길 기대해 본다. 고재득 성동구청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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