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완벽한 승리였다. 특히 전반전의 내용은 보는 이들의 입을 다물 수 없게 했다. 세네갈은 이번 대회에서 다크호스로 꼽힌다. 불과 며칠 전 ‘우승 후보’ 스페인을 2-0, 유럽의 강호 스위스를 1-0으로 이겼다. 승리는 모두 원정에서 거둔 성과였다. 그런 상대를 숨도 못 쉬게 몰아붙였다. 그리고 실점 없이 세 골을 넣으며 승리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20일(이하 한국 시각) 스티브니지 라맥스 경기장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기성용-박주영-구자철 연속골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뒀다. 지난 14일 뉴질랜드전(2-1 승)에 이은 평가전 2연승이다. 10년 전 경기의 오버랩도 무리가 아닐 정도의 완승이었다.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둔 5월 16일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 4-1 대승이다. 안정환의 감각적 로빙슛과 반지 세리머니로 기억되는 경기. 한국의 4강 신화를 예고하는 신호탄과 같았다.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자각시켜줬다. 자만심이 아닌 자신감이었다. 그 덕에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상상조차 못했던 전인미답의 자리에 올라섰다. 어느덧 10년이 흘러 2012 런던 올림픽을 앞뒀다. 공교롭게도 10년 전의 주역이자 대표팀 주장이었던 홍명보는 올림픽 대표팀의 감독이 됐다. 본선을 앞두고 ‘완성형’의 경기를 치렀다는 점.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물론 기분 좋은 준비가 우수한 성적과 직결되는 건 아니다. 한국은 이전 올림픽에서도 수차례 본선 직전 평가전에서 선전을 펼쳤다.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도 그랬다. 과테말라-코트디부아르-호주를 모두 꺾고 3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정작 본선 조별리그에선 1승 1무 1패, 조 3위로 8강 진출조차 실패했다. 조금 더 깊숙이 살펴보면 원인은 발견된다. 바로 경기의 내용이다. 결과에 비해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단점은 계속 보완되지 않았다. 경기도 모두 한국에서 열렸다. 마지막 모의고사조차 대회가 열리는 현지에서 마련되지 않았던 셈이다. 결국 본선 첫 경기에서 적응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세네갈전은 다르다. 올림픽이 펼쳐지는 영국에서 열렸다. 승리의 과정도 훌륭했다. 지적받던 약점이 깔끔하게 해결됐다. 골 결정력은 개선됐고 공격의 전개 속도도 빨라졌다. 미드필드 플레이는 더 세밀해졌다. 조직력 역시 훌륭하게 다듬어졌다. 공격과 수비를 할 때 모두 공을 중심으로 촘촘한 삼각형이 형성됐다. 덕분에 패스와 압박은 원활할 수 있었다. 중앙 수비진에 부상자가 속출했음에도 오히려 수비가 강하게 보인 이유다. 한국은 명민했고, 세네갈은 갈팡질팡했다. 경기 운영 자체가 매끄럽고 정교했으니 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함이 느껴진 건 당연했다.하지만 어디까지나 평가전이다. 자칫 분위기는 붕 뜰 수 있다. 다행히 수장과 선수들은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마치 10년 전 그 때처럼. 경기 뒤 홍 감독은 “결과를 떠나 마지막 평가전에서 그동안 전술적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개선시킨데 만족한다”라고 밝혔다. 대승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는 이야기다. 기성용 역시 “선수들 모두 프로고 성장한 선수들이다. 결과에 취하는 일은 없다. 남은 기간 훈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했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 가능성은 확실히 보여줬다. 물론 쉽지 않은 여정이다. 한국은 멕시코, 스위스, 가봉과 조별리그 B조에 포함됐다. 조 1·2위만이 8강 토너먼트에 오른다. 8강에 진출하면 A조의 영국, 우루과이, 세네갈, 아랍에미리트(UAE) 가운데 한 팀과 만난다. 이 가운데 영국과 우루과이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2002년에는 더 했다. 스코틀랜드전의 승리가 4강 신화의 도화선이 됐듯이, 세네갈전 승리는 2012년 또 다른 신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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