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실업급여 받으려는 사람들 '북새통' 이룬 까닭은

[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1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고용센터에 실업급여 교육을 받으러 온 수급 대상자들이 길게 줄을 서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노승환기자 todif77@

사례 1. 인천의 한 유통업체에서 일하던 진모 씨(35)는 계속된 임금체불에 지난 11일 회사를 나왔다. 3년 간 밀린 임금은 무려 1800만원. 부도 직전인 회사의 '선의'만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었다. 실업급여라도 받으면서 새 직장을 알아보자는 생각에 얼마 전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전화를 걸었다. 자발적 퇴사였지만 임금이 체불됐을 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큰 돈은 아니어도 급한대로 숨통은 트게 됐다며 진 씨는 아내와 들뜬 기분으로 통화를 나눴다.사례 2. 제조업체에서 창고 관리일을 해왔던 이모 씨(29)는 턱없이 적은 월급에 고민이 많았다. 3년을 일했지만 월급은 늘 법정 최저임금을 왔다갔다했다. 이직을 생각했지만 하루 12시간씩 돌아가는 빡빡한 근무시간 탓에 그러기도 여의치 않았다. 생각 끝에 실업급여를 받기로 했다. 좀 더 나은 자리를 찾을 때까지 넉넉하지는 않아도 일단 버틸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업급여 수급대상이 된다고 해 오늘 교육을 받으러 나왔다.인천의 실업급여 신청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전국 주요도시에서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올 연말과 내년 초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 버금가는 실업급여 신청'러시'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18일 오전 인천 구월동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 고용센터 2층엔 실업급여 대상자들이 줄을 섰다. 실업급여 신청에 앞선 교육을 받기 위해 명단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이었다. 교육 20분 전이었는데도 강의실은 이미 절반 이상 찼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 30분 하루 두 번 진행되는 강의에는 날마다 120~150명이 몰렸다. 상당수 업체에서 6월 말로 근로계약이 끝나는 경우가 많아 이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층 상담 창구에는 이미 접수를 마친 실업급여 대상자들이 실업 상태를 확인하고 급여를 받아갔다.올해 상반기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 본청에 실업급여를 새로 신청해 자격을 인정받은 대상자는 모두 1만5890명이다. 이들을 포함해 인천 본청이 6개월 동안 지급한 급여총액은 606억1900만원이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급여자격 인정자는 4.5%, 지급액은 3.2% 늘어났다. 2년째 보합세가 계속되고 있다.다른 지역에선 지난해에서 올해로 넘어오면서 전반적으로 실업급여가 감소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부산 본청에선 지난해 상반기보다 실업급여 대상자가 2.9% 줄었고 대구 본청에선 6.4%나 감소했다. 대전 본청에선 대상자가 조금 늘었으나 그 폭이 0.6%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실업급여 지급 총액도 부산과 대구에선 각각 3.1%와 8.2%씩 줄었다. 광주에선 0.2%가 줄고 대전에선 0.3%가 늘었다. 인천에서 실업급여 신청이 줄지 않는 1차적 이유는 전국 최고 실업률과 계속되는 경제활동 인구유입이다. 여기에 극심한 경기침체가 겹쳤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달 인천의 실업률은 4.6%로 7개 광역시 평균 3.6%, 전국 평균 3.2%를 크게 웃돌았다. 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6월부터 1년 사이에 3.3%가 늘어 7개 광역시 평균 1.4%의 두 배 넘게 늘었다.지난 몇 년 간 대규모 도시개발로 유입인구는 느는데 그 만큼 일자리가 생기지 않다보니 실업률이 높을 수 밖에 없고 실업급여 신청이 줄지 않는 것이다.인천 교용센터 실업급여 담당자는 "특별한 요인이 없는 한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올 연말이다. 지금처럼 경기침체가 계속된다면 내년 초 실업급여 신청자가 급격히 몰릴 수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노승환 기자 todif77@<ⓒ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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