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박근혜 역사인식 비판친박만 "시대적 상황 살펴야"[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종일 기자]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돼온 역사관이 주요쟁점으로 부상했다. 박 전 위원장과 12월 본선에서 맞붙게 될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은 전날 박 전 위원장의 '5ㆍ16발언'을 두고 17일에도 맹공을 퍼부었다. 여기에는 당 대선경선에 나선 새누리당 대선주자들도 가세하면서 5ㆍ16발언이 여당 경선과 12월 대선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17일 "헌정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했던 '5ㆍ16 군사 쿠데타'와 '유신 독재'가 '역사의 차선'으로 둔갑되어 버렸다"며 "착잡함을 넘어 참으로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문 고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역사적 진실'과 너무나 비껴서 있는 '비상식적 역사관'이 불러올 미래의 암담함에 심히 걱정을 넘어 우려스럽다"면서 "'불가피한 차선'이었다는 역사관은 독재와 군정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일궈낸 민주 애국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과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민주 애국 시민들의 자존심과 긍지를 여지없이 부정하겠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을 향해 "거듭 호소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초석을 갈고 닦은 민주 애국 선열과 국민들 앞에 정중하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그래서 (박 전 위원장이) 정말 불쌍하다는 것"이라며 "아직도 홀로 유신시대의 섬에 살고 있다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은 유신의 섬에 갇혀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며 "권위주의적 정치가 몸에 배어 있다"고 말했다. 손 고문 측은 "박 전 위원장에게 민주주의 DNA가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그 정도 역사인식을 갖고서 이 시대에 이 나라를 이끌기에는 자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김두관 전 경남지사 측 전현희 대변인은 "5ㆍ16을 구국의 결단이라고 말했던 기존 입장과 말만 다를 뿐, 근본적 역사관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며 "한국사회의 전진은 국민의 피나는 희생과 노력의 대가이지, 5ㆍ16 덕택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국민은 군대를 동원해 정부를 무너뜨린 군사 쿠데타를 여전히 옹호하는 박 전 위원장의 반민주적 인식에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민주헌정을 전복시킨 군사쿠데타를 '최선의 선택, 바른 선택'으로 보는 정치인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박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여당 내부 비판도 많다. 대선경선 후보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SBS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을 뽑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선거"라며 "아무리 불가피해도 탱크를 갖고 한강을 넘어 정부를 접수하는 것을 우리는 쿠데타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5ㆍ16으로 등장한 박정희 당시 장군은 나중에 민주적인 여러 절차를 거치려는 노력도 했지만 유신도 했다"면서 "이후 산업혁명의 성공 때문에 5ㆍ16 자체를 잘 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대선경선 주자인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도 MBC라디오에서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고 여러 가지 성과가 있었지만 역사에서 이건 왕위찬탈"이라며 "쿠데타는 쿠데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사의 어떤 평가가 성과가 좋다고 해서 바뀔 순 없다"며 "역사에서 그렇게 규정하는 것은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 이후에 잘한 것은 잘한 것대로 평가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대선경선에 불참한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에 "한ㆍ일 병합과 6ㆍ25 전쟁에 대해 그들 후손이 '그때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라면서 "(5ㆍ16은) 헌정을 총칼로 유린하고 권력을 찬탈한 그 행위가 쿠데타"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이 유신체제에 대해 '역사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유신 독재는 판단을 유보할 문제가 아니라 장기 독재로 가는 가장 혹독한 인권탄압의 시대"라며 박 전 위원장의 역사인식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에서 "51년이 지난 역사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을 할 수 있지만 시대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며 역사에 맡기자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특정 정당의 정치인들이 자기들의 재단으로, 특히 선거철만 되면 공격하고 비난한다"면서 "아무개의 딸 또는 박정희 대통령하고 정치적인 대립점에 있던 분들이 집권하며 과거사위, 의문사위 온갖 이유를 만들어 다뤘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재단하다 보면 그 자체가 또 다른 역사를 새로 잡아야 하는 역사가 될지 모른다"면서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박근혜 속에 갇혀서 허우적거리는 민주통합당에게 그 역사적 임무를 맡기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가 아닐까"라고 꼬집었다.이경호 기자 gungho@김종일 기자 livew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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