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단상]中企, '상생'만 바라보지 말자

송하경 모나미 대표

최근 우리사회의 화두 중 하나는 '상생'이다. 구체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주요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상생의 중요성과 당위성은 굳이 그 이유를 거론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업체 수 기준으로는 전체의 99.9%, 종사자 수 기준으로는 87.8%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절반에 이른다.  즉,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가 건실한 성장을 지속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국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전체 시장의 부진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 저하와 소비 감소로 이어져 대기업 역시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중소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이 이렇게 큼에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의 수익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지금 유로존 위기라는 또 한 차례의 거대한 위기를 돌파해나가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중소기업에 앞으로 더 험난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험난한 미래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서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과의 상생만을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과연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상생을 통해 유럽발 글로벌 경제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대기업과 상생이 잘 이뤄져서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안타깝게도 대답은 '그렇지 않다'라는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상생은 진정한 의미의 상생이라기보다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배려하고 지원해야 한다'라는 의미가 더 크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지원을 받으면 그 도움으로 일시적인 성공은 가능하겠지만 지속적인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중소기업 스스로의 힘으로 지속성장을 이뤄야 한다. 중소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것은 간단하다.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대기업이 부럽지 않은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 나가는 방법도 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모나미의 경우 일찍부터 브랜드 경영에 힘을 쏟은 결과 대기업도 부럽지 않은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국민 브랜드라는 과분한 칭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이는 5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지속적으로 브랜드 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다른 중소기업들로부터 불필요한 비용을 쓴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브랜드가 가장 큰 자산이라는 뚜렷한 인식하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온 것이 지금의 모나미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여기에 모나미 153 볼펜, 왕자 크레파스, 네임펜, 보드 마카 등 확실한 히트 상품이 꾸준히 존재했던 것도 큰 힘이 됐다. 히트 상품이 나왔을 때도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려고 노력한 결과다. 물론 중소기업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를 갖지 못한다면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없다. 힘들지만 반드시 도전해야 하는 과제이다. 대기업 역시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데 있어 단순한 자금 지원보다는 해당 기업이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를 쌓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또 노하우를 나누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의 종속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도울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송하경 모나미 대표<ⓒ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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