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클립│누가 김연아에게 무엇을 요구하나

<무한도전>에서 MC 날유와 MC 형돈의 랩배틀을 한다면 어제 인터넷에 공개된 처진 달팽이의 ‘방구석 날라리’ 티저는 MBC <무한도전>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적과 유재석의 조합도, 빅뱅 멤버 태양의 헤어스타일을 패러디한 박명수의 등장도 모두 <무한도전>에서 비롯됐다. 정형돈이 <무한도전>에서 시작한 ‘형돈이’ 캐릭터를 형돈이와 대준이에서 응용한 것도 마찬가지다. <무한도전>이 방영 중이었다면 ‘처진 달팽이 VS 형돈이와 대준이’를 성사시켰을지 모를 일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개그맨 가수, 또는 언론에서 ‘개가수’라 일컫는 현상들은 착시다. <무한도전>이 방영 중이었다면 처진 달팽이나 형돈이와 대준이는 프로그램의 아이템 중 하나로 등장할 법 하고, 용감한 녀석들은 애초에 KBS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다. 방송과 전혀 다른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활동하는 UV의 유세윤만이 예외다. 예능인이, 또는 웃기는 노래가 가요계를 침범하거나 가요계를 어떻게 바꾸는 게 아니다. 예능은 그들의 아이템으로 노래를 선택했을 뿐이다. 신인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프로가수들이 경연 프로그램에서 노래하듯, 예능인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노래한다. 그리고, 꽤 많은 대중은 이 프로그램들에 나온 뮤지션의 음악들만 소비한다. 진짜 문제는 거기 있다.<hr/>
김연아의 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모두 김연아 같은 톱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김연아는 1등을 놓고 경쟁하고 평가받는 운동선수인 동시에 아름다운 연기로 빙판을 공연장으로 만든 위대한 엔터테이너다. 관객에게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은 매혹의 대상이지만, 국제 대회 성적은 누구나 그의 능력을 납득하게 만들 실적이다. 엔터테이너이거나 예술가의 속성을 가진 피겨스케이터 김연아는 이 두가지를 결합할 수 있었고, 그 순간 톱스타의 열광과 국민영웅의 지위를 동시에 얻었다. 비슷한 예로는 엔터테이너로서의 매력을 해외의 실적으로 인정받은 뒤에야 미디어로부터 찬사의 대상이 된 아이돌 스타들이 있다. 그래서 멀쩡하게 교생수업을 하고, 꾸준히 아이스 쇼를 해온 김연아에게 “교생실습은 쇼”라거나 “운동은 안 하고 CF만 찍는다”라고 말하는 건 어서 국제대회에 참석해서 실적이나 내라는 요구와 같다. 운동선수답게 운동만 해서 실적을 내라고, 그래야 지금의 성공을 인정하겠다고. 김연아는 상당수의 미디어와 대중이 퍼포먼스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심미안이나 관심조차 없는 곳에서 피겨스케이팅을 한다. 그리고 어제 ‘국가대표’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김연아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무대에 올라야 할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hr/>
SM TOWN 카드는 포인트를 적립해 주나요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이수만 회장이 8월 18일에 열리는 < SMTOWN > 콘서트에서 ‘국적 선포식’을 갖겠다고 한다. 요즘의 젊은 세대는 “아날로그 국가의 시민권, 문화로 맺어진 가상국가”의 시민권이 있고, SM이 바로 그 가상 국가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거창한 선언 같지만, 사실 SM이 그동안 해오던 일을 더 확실하게 하겠다는 이야기다. SM의 모든 소속 가수는 열광적인 팬덤을 핵심적인 기반으로 한다. 한 번 SM의 세계에 빠지면 음반을 사고, 다시 리패키지 음반을 사고, 공연을 보고, 다시 해외 공연을 보고, 출연하는 CF에 나오는 상품을 모조리 사는 팬들이 SM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다. 유튜브와 SNS의 시대가 되면서 전 세계 어디서든 누군가는 SM의 아이돌을 좋아하게 됐다. 가상국가의 시민권은 그들의 성격을 규정하고, 서비스 대상을 명확하게 하는 브랜드 역할을 할 것이다. SM이 아주 성공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어쩌면 CJ ONE 카드처럼 SM TOWN 카드를 낼 수도 있겠다. 사용자가 그 카드를 팬 아닌 사람들에게 태연하게 보여줄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궁금한 것은 이수만 회장의 발언의 뜻이 아니라 발언이 가진 힘의 원천이다. 동방신기부터 EXO-K까지, SM은 어떻게 거의 모든 아이돌을 전 세계 누군가는 반드시 미치도록 좋아하게 만들까. 정말 어떤 지구인의 DNA에는 ‘SM인자’라도 있는 걸까?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강명석 기자 two@<ⓒ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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