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보험료 인하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진거지 뭐." 지난달 29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과 16개 생·손보사 사장단의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인사의 푸념이다. 이날 권 원장은 간담회에서 "행락철, 장마철이 본격화되는 7~8월 교통사고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보험업계가 손해율 감소를 위해 사전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기상청, 소방방재청과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 등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자동차보험업계가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관리를 잘 해 손해율이 올라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보험업계의 손해율 관리 시스템에 대한 권 원장의 불편한 속내가 읽혀진다. 권 원장은 지난해 8월에도 보험사 사장단을 불러 모아 손해율 관리를 통해 자동차보험료를 하향 조정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70~80%로 유지됐던 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장마철을 전후해 100% 가까이 치솟았고 보험료 인하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었다. 이를 두고 권 원장이 관련 부서 실무진에게 보험업계의 느슨한 손해율 관리를 두고 질책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그렇다면 보험료에 대한 당국의 압박이 과연 바람직한 걸까. 사실 간담회가 있기 전 배포된 자료에선 보다 직접적인 언급이 있었다. 당초 금감원은 출입기자단에 사전 배포된 자료에서 "기상청, 소방방재청과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 등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 보험료 인하를 적극 추진해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보험료 인하' 부분을 뺀 수정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시장가격에 대해 직접 개입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자료를 수정한 것"이라며 "보험권에서 쓸데없는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당국의 가격 간섭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대형생보사 한 간부는 "올해 초에는 시장금리 상황을 반영해 보장성보험료 조정 기준이 되는 표준이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금융당국에서 명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며 "당국이 가격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대로 믿는 금융권 관계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보험사가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면서도 수익 극대화에 집중한 경영전략을 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료 산정 기준과 그에 따른 가격조정은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야만 후유증이 없을 것이다. 당국이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듯한 모습은 아무래도 영 어색하다.조태진 기자 tj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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