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금 상환을 미룬 채 이자만 내는 대출자가 80%에 육박한다.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85%로 한 달 새 0.06%포인트 높아졌다. 5년7개월 만의 최고치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이 전체 주택담보대출 306조원의 42%인 128조원이다.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담보가치가 하락하자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원금 회수에 나섰다. 주택을 분양할 때 중도금ㆍ잔금 지급에 쓰이는 아파트 집단대출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연체율이 1.71%로 한 달 새 0.15%포인트 뛰었다. 시세가 분양가 아래로 내려간 곳이 속출하면서 계약자와 시행사 간 분쟁이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 대란이 현실화하면 가계 파산과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는 게 필연이다.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꺼진 이래 20년째 불황에 빠진 일본 경제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문제가 되리란 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이 계속 하락하면서 이미 예고됐다. 집은 있으나 대출 원리금을 갚느라 허덕이는 하우스푸어가 양산됐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이 감원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내수마저 위축돼 주택담보대출 부실화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외부 충격에 맞서려면 내수가 떠받쳐야 하고, 내수를 살리려면 가계부채 문제 해결은 필수다. 범정부 차원의 대책기구를 만들어 가계부채와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 은행권이 공동으로 저신용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고 대출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프리 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은행권이 적극 협조해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43%가 주택담보대출로 부동산 요인이 크다. 부동산담보대출의 대규모 부실화를 막으려면 대출을 끼고 산 집을 팔아 부채를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부동산 거래의 숨통을 열어 주어야 한다. 취득ㆍ등록세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 가계도 이제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아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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