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대비훈련' 에어컨 끄고 소등하자 '부채·손전등' 찾아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 21일 오후2시부터 20분간 진행

엘리베이터 정전대비 훈련 모습.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21일 오후 2시 사상 처음으로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이 실시됐다. 일부 지하철 역에서는 훈련에 따라 스크린도어 작동이 중단 돼 시민들이 20분간 대피훈련을 했다. 거리의 신호등도 꺼지고, 관공서·회사 등도 불끄기에 동참해 훈련이 종료된 오후 2시20분 전력 예비율이 15%까지 올랐다. 전력 예비율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19일에는 5%대로 떨어졌다.이날 훈련은 오후 1시 30분부터 30분간 유관기관 상황 전파와 공동대응 태세를 점검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오후 2시부터는 예비전력 200만kW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를 가상해 경계단계(사이렌)를 발령했다. 10분 뒤인 2시10분부터는 2차 사이렌을 발령하고 예비전력이 100만kW 미만으로 하락한 심각단계를 가정하고 훈련을 진행했다. 사전에 지정된 7개 대도시의 주택과 상업용 건물, 학교 등 28개 건물에서 일제히 전력이 차단됐다. 나머지 건물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불필요한 전등을 소등하고, 안쓰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았다.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미리 "소등이 됐다고 놀라지 말고 플러그 뽑기에 동참하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종로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는 에어컨을 끄자 일부 직원들이 부채를 꺼내들었다. 직장인 이 모(31)씨는 "가장 더운 날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끄는 바람에 다들 부채를 찾았다"며 "컴퓨터도 끄고 다들 20분간 휴식을 취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삼성동 코엑스에서도 이번 훈련에 동참해 일부 싸인물을 소등했다. 한 직원은 어둠속에서 손전등을 켠 채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하철역에서도 스크린 도어 등의 작동이 멈춰 관계자들이 이를 수동으로 열고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훈련을 했다. 각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수업 중 에어컨을 끄고 조명을 소등한 채 절전교육을 받았다. 이기환 소방방재청장은 이날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을 실시하는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전력수급대책 상황실을 방문해 전력거래소와 소방방재청 재난상황실 간 설치된 핫라인 직통전화를 점검하고 훈련관계자를 직접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이 청장은 "최근 때 이른 더위와 발전소 정비 등으로 전력수급 여건이 어려워졌다"며 "하절기 발생할 수 있는 비상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지난해 정전사태 발생과 같이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서울 마포구 삼성래미안아파트에서 실시한 '정전 시 승강기 갇힘 대비 구조훈련'에 직접 참가했다. 지난해 9월 대규모 정전시 가장 큰 불편을 겪었던 승강기 갇힘 사고에 대비한 훈련으로, 비상발전기와 자동절체스위치(ATS) 등의 작동상태를 점검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맹 장관은 "승강기는 자동차 못지않게 국민들이 실생활에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설이므로 고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며 "정전으로 갇힘 사고가 발생할 경우 119 등 긴급구조 기관이 최대한 신속히 출동하여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날 훈련이 끝난 오후 2시20분 한국전력거래소는 정전 대비 위기 대응 훈련을 종료한다고 참여 기관에 밝혔다. 오후 2시20분 기준 전력 공급 능력은 7238만kW, 전력부하 6278만kW, 예비전력은 960만kW(예비율 15.2%)를 기록했다.조민서 기자 summ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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