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사후(긴급)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손을 떠났다.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 라는 그럴 듯한 설명도 덧붙었다. 그러나 식약청이 일만 벌여놓고 뒷수습은 미룬 채 발을 뺐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식약청은 7일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과학적 판단상 일반약 전환이 맞으나 공청회를 열고 사회적 합의를 거치겠다'는 공식 의견을 내놓았다. 이미 예견됐던 결과다. 지난달 말 식약청이 의약품 재분류 작업을 마치고 보건복지부에 보고한 내용이 언론에 흘러나왔다. 사후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약으로 전환하고, 사전피임약은 반대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약으로 간다는 세세한 내용까지 포함됐다. 당장 의료계와 종교계는 크게 반발했고 논란은 일파만파 퍼졌다. 그러자 보건당국은 부랴부랴 뒷수습에 나섰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사실이었다. 어찌됐든 식약청은 1년여간 끌어온 의약품 재분류에서 무거운 짐을 덜었다. 그러나 뾰족한 후폭풍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반약으로 풀린 사후피임약을 일상적인 피임법으로 오남용 하는 문제에 대해 "사후피임약은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홍보하고 연령제한 등을 고려 중"이라고 답할 뿐이다. 사실상 낙태약이라는 종교계의 주장에는 "현 시점에서는 누구든 정확한 근거를 댈 순 없다. 최근 실험에서 일단 수정된 후 착상을 방해하지 않는 것 같다는 논문이 나오고 있다"는 정도로 맞받아치고 있다. 혼란만 주고 슬쩍 발을 뺐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이유다.이제 공은 식약청의 손을 떠났다. 15일 있을 공청회에서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과 오남용 방지 대책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갈 것으로 식약청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와 종교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생산적인 논의가 오갈지는 미지수다. 과학적 기준 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 사후피임약의 특성상 일반약 전환이 될 지도 불투명하다. 의약분업 12년 만에 대대적으로 의약품 분류를 손질했다지만 식약청도 속이 후련하지는 않을 듯 싶다.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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