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기의 가정, 초기 단계에서 도와야

[아시아경제 ]질병ㆍ부채ㆍ실업 등의 문제로 위기ㆍ취약 상황에 내몰린 가정이 10가구 중 6가구라는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연구원은 전국 7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9년 한국복지패널 조사 결과를 분석해 57.9%를 위기ㆍ취약 가구로 추정했다. 지난 1년 근심ㆍ갈등을 초래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응답한 가구는 42.1%로 절반이 안 됐다. 우리나라 전체 1733만9000가구 중 약 1000만가구가 위기 내지 취약 상황이라는 의미다. 근심ㆍ갈등의 주범은 곧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이다. 질병(23.1%), 부채 등 경제적 어려움(22.3%), 실업(4.7%), 자녀 교육 또는 행동(3.1%), 불화(1.3%), 주거(0.9%), 알코올 중독(0.6%), 가출(0.2%) 등의 순서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었지만 소득이나 재산 외에 다른 요인으로 고통 받는 가정이 많다는 방증이다. 조사 항목에 들어가지 않은 이혼, 자살과 사고사, 화재 등 재난과 같은 요인을 감안하면 위기 가정은 더 늘어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 위기ㆍ취약 가정 개념이 확립돼 있지 않다. 그 결과 정부 정책은 한정된 대상의 지원에 머물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가족보듬 사업은 성폭력ㆍ학교폭력ㆍ자살 등의 피해자와 가족을 돕는 것으로 이혼ㆍ사별ㆍ실직ㆍ가정폭력ㆍ알코올중독 피해자는 빠진다. 보건복지부의 긴급지원 사업도 저소득층에 대한 생계비 지원으로 소득 외 다른 요인에 따른 가족 위기에는 대응하지 못한다. 위기 초기 단계에서 도와 취약 가족으로 주저앉지 않도록 차단해야 사회불안을 막고 국가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지역사회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조해 위기 가족 상담 전화를 설치해 조기 대응해야 한다. 여성 긴급전화 '1366'을 통합ㆍ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갑작스러운 사건ㆍ사고의 피해 가족에게 한시적인 생계비 지원과 함께 집안일 수습 도우미 파견,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호주에선 가정폭력ㆍ자연재해 등 위기에 처한 가족에게 위기 급여를 제공한다. 해체된 가정을 위한 재결합 프로그램도 요구된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전부 정부에 기댈 수는 없다. 자녀 교육이나 일탈 행동, 가족 간 불화 등의 문제는 스스로 풀어야 한다. 5월, 가정의 달은 지났지만 새삼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때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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