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미국의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경기둔화가 우려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 행정부는 유럽에 위기 해결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실적을 발표한 정보기술(IT) 업체인 시스코와 델, 넷앱 등은 최근 유럽에서의 판매가 예상 외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유럽 판매비중이 높은 곳이지만 이제는 유럽위기의 유탄을 맞으며 실적부진가 주가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대형 데이터 저장장치 업체 넷앱의 경우 기대이하의 실적으로 인해 주가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준이라는 블룸버그의 보도가 나올 정도다. 사무용 PC수요가 대폭 감소한 델과 네트워크 장비 수요가 감소한 시스코도 설비투자 부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올들어 시스코는 실적이 좋았지만 지난달 이 회사 존 체임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에서의 사업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로 인해 이 회사 주식가격은 하루에 11%나 폭락하기도 했다.NYT에 따르면 유럽과의 연관성이 높은 자동차를 비롯한 산업생산기업 등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불과 몇개월 전만 해도 시장은 미국의 경제를 낙관했다. 유럽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지만 미국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비록 유럽 경제가 곤두박질쳐도 미국 경제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봤다.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유럽의 위기가 바로 미국으로 전이되는 모습이다.실업률은 8%를 하향 돌파하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드는 등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까지 경착륙우려가 등장하며 세계경제가 구심점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등장하는 상황이다.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미국은 유럽에 사태해결을 위한 빠른 해법모색을 촉구하고 나서고 있다.지난 주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유럽의 위기가 우리 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최근 미국 내 고용시장 회복도 둔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은 유럽의 결단을 촉구하는 출발점으로 시사되고 있다.마이클 프로먼 백악관 국제경제담당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 참석해 "유럽은 위기에 대처해 수개월동안 정말 중요한 많은 조치들을 취했다"며 "그러나 현재 시장은 더 많은 조치들이 취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프로먼 보좌관은 오는 18∼19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경제성장을 더욱 촉진시켜야 한다는데 "압도적인 합의"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미 재무부의 라엘 브레이너드 국제담당 차관도 "유럽이 재정이나 금융문제에 대처하면서 더 커다란 연합체로서 행동하기를 희망한다"며 "더 큰 연합체로서 대응하는 것은 화폐동맹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브레이너드 차관은 "유럽이 위기 해결을 위한 정책적 대응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백악관 제이 카니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유럽이 지금까지 취한 조치에 대해 시장이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지적한뒤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도 성명에서 "앞으로 몇 주 유럽의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G20 정상회담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백종민 기자 cinq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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