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희 대상FNF 신선연구팀장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어린 시절에는 김치를 입에 대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김치 없이 하루도 살 수가 없어요. 매일 밤 10시 넘어 퇴근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이 안날 만큼 직업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대상FNF에서 종가집 김치의 유산균에 관한 연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류병희 신선연구팀장(41세).류 팀장은 국내 희귀직업인 김치 유산균 연구가다. 김치를 가장 맛있고 신선한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류 팀장의 일.실제 김치를 판매하는 식품업계에서도 김치 유산균 전담 연구소가 있는 곳은 대상FNF가 유일하다. 류 팀장은 가장 최적의 상태에서 발효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산균을 개발하고 있다. "김치의 맛은 발효가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치에는 요구르트보다 더 다양한 유산균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김치에 맞는 가장 최적의 유산균을 찾아 접목하는 것이죠."이처럼 김치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류 팀장도 어린 시절에는 김치를 입에 대지도 않았다. 한달에 한번 정도 먹는 것이 고작. 매운 음식도 못 먹었다."처음에는 힘들었죠. 하지만 일로써 먹다보니 지금은 식당에 가도 김치부터 맛을 봅니다. 연구할 때 먹는 횟수는 셀수도 없어요. 1인 하루 섭취 권장량이 80~90g이라면 한 300g까지 먹어본 적도 있어요."대학 시절 유산균을 전공한 그는 박사논문으로 식품미생물을 시작하게 됐고 바로 식품회사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입사한 곳이 과거 종가집을 운영했던 두산. 대상FNF로 인수되면서 류 팀장 역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김치를 집중 연구한 그이기 때문에 지금은 식당에서 김치 외관만 봐도 어느 경쟁사 제품인지, 중국산인지 알 정도의 전문가가 됐다.김치 연구만 십수년 하며 지난 해에는 식물성 유산균 발효액을 개발해 기술특허까지 취득했다. 기술특허를 취득한 발효액은 김치의 주원료인 배추와 무를 발효해 추출한 것으로 위해 미생물을 차단하고 식품 등의 보존기간을 늘려주는 물질·국산 원료로 만든 천연 100% 항균제라 화학방부제보다 훨씬 안전하다. 이 발효액을 식품에 첨가할 경우 유통기한도 두 배 가량 늘릴 수 있어 가장 맛있는 상태로 김치, 장아찌, 장류를 맛볼 수 있게 된다. 또 김치에 적합한 스타터(젖산균의 종균)도 개발했다. 김치가 발효되는 것을 도와주는 스타터에 따라 김치의 익는 정도와 익은 후의 맛을 유지하는 기간이 달라진다. 매일 김치와 싸워가면서 밤늦게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었다는 그도 연구 개발한 유산균의 현장화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생산라인에 접목시켰을 때 발현개체수를 늘려야 하는데 규격제품이 아닌 농산물이기 때문에 예상과 다른 맛이 나올 때가 있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김치를 포함한 한식이 세계화가 되기 위해서는 맛과 품질에 대한 표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생적으로 전 세계로 수출하기 위한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현지화에 맞게 변화된 레시피로 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연구 결과가 그대로 제품에 반영돼 세계인의 밥상에 오르는 것을 보면 큰 자부심을 느낀다는 류 팀장의 포부는 크다."소비자들에게 '종가집김치가 맛있다' 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 있고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안전하게 먹게 해줄 수 있는 항균들을 개발해 우리나라 깊숙히 침투시키는 것이 저의 포부입니다"이초희 기자 cho77lov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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