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도의회와 충돌...‘정치력’ 시험대 올라

의원들 요구한 ‘소규모 숙원사업비’ 반영 안 하자 충남도의회, 복지예산 등 602억원 삭감 맞서

민주통합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이 24일 오후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규모 숙원사업비' 반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충남도의원들에게 해마다 돌아가던 ‘소규모 숙원사업비’를 충남도가 추경예산에 반영치 않자 도의원들이 ‘보복성’으로 추경예산을 대규모로 깎아 도정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충남도청 안에선 안 지사가 직접 나서 도의원들을 설득, 추경예산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충남도의원들의 ‘몽니’=지난 22~23일 충남도의회 4개 상임위원회에서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 계수조정을 벌이면서 추경 총액 3027억원 중 602억원의 예산을 삭감했다. 특히 문화복지위원회는 1010억원 중 204억원을 깎았다. 장애인전용버스 구입비,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사업 등의 예산이 없어지거나 줄었다.그동안 지자체에서 충남도의원들을 위한 소규모 숙원사업비로 1인당 수억원의 예산을 편성해왔다. 이는 도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에서 낯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선심성예산이라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었다. 지난해 전북도가 편성한 이 사업비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충남도 등 다른 시·도에서도 이런 예산을 편성하지 말도록 요구했다.충남도는 도의회에서 추경예산에 반영해달라는 90여억원 가까운 사업비를 하나도 올리지 않았다. 충남도의원들은 이에 반발,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몽니’를 부린 것이다.◆충남도 사회단체들 반발=충남도의회의 예산삭감소식이 알려지자 ▲충남지체장애인협회 ▲민주노총 충남공공일반노동조합 ▲충남장애인생활시설협회 ▲충남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등 충남도내 장애인단체들이 24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이들은 “소규모 숙원사업비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복지예산을 깎은 충남도의원들을 규탄한다”며 “사회적 약자 등 충남도민은 안중에 없고 사리사욕만 챙기려는 도의원들이 사회복지예산을 원안대로 통과시키지 않으면 도의회 해산을 촉구하겠다”고 경고했다.이들은 “계수조정안 내용을 보면 여성복지, 노인·장애인·아동복지 예산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을 크게 깎았다”며 “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지방정부가 할 기초적인 복지서비스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게 하는 만행이다.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를 볼모로 자신들의 쌈짓돈을 챙기겠다는 파렴치한 짓”이라고 비난했다.충남장애인단체 회원 100여명은 이날 오후 충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장애인시설 및 단체지원사업비를 깎은 문화복지위원회 의원들을 모두 이 자리에 불러오라. 예산을 원상회복시키지 않으면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 못하게 저지하겠다” 며 책상 등 집기를 부수면서 항의했다.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이날 논평을 통해 “도의회가 주민숙원사업비를 추경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산을 크게 깎기로 한 건 충남도민을 볼모로 한 협박이자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그릇된 욕심에 불과하다”고 도의회를 공격했다.◆민주통합당 충남도의원들의 안 지사 편들기=사태가 번지자 민주통합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이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들은 “소규모 숙원사업비 배정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안 지사 손을 들어줬다.의원들은 “소규모 숙원사업비는 예산의 한정성과 독립성 원칙에 맞지 않고 지방재정법령에도 맞지 않는 면이 있다”며 “충남도가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에 소규모 숙원사업비를 반영하지 않은 건 행정안전부의 지시사항에 따른 것이며 예산의 원칙과 기준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평가한다”고 주장했다.이들은 또 “예산결산위원회는 원활한 도정과 도민들 삶을 위해, 원칙과 기준없이 무분별하게 삭감한 예산을 바로 세워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며 “동료의 의원님! 210만 도민을 먼저 생각하는 합리적 이성과 판단을 부탁드리고 촉구한다”고 밝혔다.이번 사태는 충남도와 충남도의회 사이 갈등을 심하게 하고 각종 현안사업 추진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때문에 충남도 안팎에선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정치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이영철 기자 panpanyz@<ⓒ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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