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주문의 유혹] ①어느 주가조작범의 고백

몇분새 수백회 단타...개미들 덥썩 물었다

지난달 13일 금융당국이 정치인테마주 시세조종으로 40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작전세력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규모 작전세력보다 더욱 눈길을 끈 한 대목이 있었다. '단주주문'이라는 방식을 통해 수천만원대의 이익을 낸 투자자들이 금감원 감시그물에 걸린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누구나 이 방식을 이용해 주가조작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단주주문'의 실체와 문제점, 개선대책을 심층보도한다.<편집자주>[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처음에는 저도 안 믿었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진짜 되더라고요. 한 번 해보시라니까요."최근 시장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단주주문'을 통한 주가조작으로 금융감독원의 수사망에 걸린 시세조종꾼 A씨의 고백이다. 누구나 그렇듯 A씨도 처음부터 '작전꾼'은 아니었다. 우연히 증권전문포탈 '팍스넷'에서 단주주문을 이용한 '투자기법'을 배웠고, 이를 실전에서 몇 번 사용해 봤을 뿐이다. 효과는 놀라웠고 A씨는 검은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불공정거래 혐의로 금감원 문답실을 오가는 신세가 됐다.단주주문이란 1주씩 사고파는 주문을 말한다. 코스닥은 전 종목에, 코스피는 5만원 이상의 종목에만 허용하고 있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주가조작은 특정세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방법은 이렇다. 우선 주가를 조작할 종목을 고른다. 여기에서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도움이 필요하다. A씨가 애용하는 HTS에는 최근 5분 혹은 10분 이내에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진 종목을 찾아주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해 HTS가 추려준 종목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고, 특정 계좌로 그 주식을 사들인다.이후 다른 계좌를 이용해 시장가로 단주주문을 수십, 수백회씩 제출해 다른 일반투자자를 유인하는데, 여기서 또 한번 HTS의 도움을 받는다. 단축키를 이용해 빠르게 1주씩 '매수', '매도' 주문을 내는 것. A씨의 경우에는 매수주문키 F9와 매도주문 키 F12를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반복해 두드리는 방식을 애용했다. 이렇게 하면 몇분 안에 수백회의 1주짜리 매매가 체결된다. A씨는 이를 통해 일반투자자들에게 '미끼'를 던진 것이다.일반투자자들은 예외 없이 이 미끼를 덥썩 물었다. 일반투자자들은 '뭔가 재료가 있기 때문에 매매가 계속 이뤄지는 구나', '작전 세력이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나보다'는 식의 생각을 하면서 어김없이 매수세를 확대했다고 한다.이렇게 미끼를 무는 투자자가 생길 때 2% 정도 오르면 미리 사뒀던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다. 크게 먹을 필요도 없다. 증권사에 내야하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1~2%정도만 챙기면 그만이다. 그렇게 하루에 5∼6종목에서만 낚시에 성공하면 투자액의 10%를 챙길 수 있다.하지만 자본시장법 176조는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를 시세조종으로 규정하고 있다.금융감독당국은 이를 근거로 지난달 25일 '단주주문 시세조종'을 통해 2000만원에서 2억원 가량을 챙긴 시세조종꾼 3명을 적발해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단주매매를 이용한 주가조작 행위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정재우 기자 jjw@<ⓒ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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