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열심히 했을 뿐인데 '이럴수가'

신기술 편리한줄만 알았다, 그런데...창천동 공원서 고교생이 대학생 살해 사건 보니

카카오톡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전 세계 4500만 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연일 '불법'으로 얼룩지고 있다. 사용자 확대에 따른 스팸이 골칫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이 서비스로 친구를 괴롭히는 '모바일 왕따'는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달 30일 서울 창천동에서 발생한 대학생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용의자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만난 사이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카카오톡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창천동 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10대 고등학생들은 피해자와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알고 지냈으며, 최근 이 공간에서 벌어진 다툼 때문에 직접 만나 결국 살인까지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범행 동기를 캐기 위해 이들이 만난 채팅방의 성격에 대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용의자들은 채팅방 개설 목적을 두고 음악 공유, 악령ㆍ심령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모임 등으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별도로 '카카오 아지트'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를 설치하면 카카오톡 친구 등 다양한 지인들을 초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이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일종의 '비밀 공간'인 셈이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들과 피해자도 이 공간에서 교류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폐쇄적인 채팅방 기능이 이번 사건과 같은 범죄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채팅, 카페 서비스 초기에 나타났던 부작용이 모바일 메신저에서 재연되고 있다"며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방대한 사용자들의 활동을 확인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의 직원은 160여명이어서 완벽한 모니터링이 어려운 상황이다.실제로 카카오톡 서비스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수차례 발견됐다. 최근에는 중·고등학교 등에서 카카오톡 그룹채팅을 이용해 특정 대상을 괴롭히는 '모바일 왕따'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괴롭히고 싶은 학생을 카카오톡 그룹채팅으로 초대해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지난해에도 일부 사용자들이 악의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들을 그룹채팅방에 반복적으로 초대해 '카톡 감옥' 논란이 일기도 했다. 카톡 감옥은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에 반복적으로 초대돼 메시지 알림에 따른 배터리 소모 등 각종 피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었다. 당시 카카오는 이를 차단하는 기능을 부랴부랴 만들었다. 카카오톡을 통한 스팸 메시지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화번호만 있으면 무료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카카오톡의 아이디를 도용해 금융사기를 시도했던 사건도 카카오톡 시대가 낳은 어두운 면이다.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편리한 기능의 이면에 다양한 부작용이 발견되고 있다"며 "사용자를 늘리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용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철현 기자 kc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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