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윤동주의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역대 대통령들이 좋아하는 시 1호로 꼽은 것이 이 시였다는 기사를 기억한다. 해방이 되던 해인 1945년 항일 혐의로 체포되어 옥사했다는 그 '깨끗한 이력서' 로 윤동주는 이 시의 맹세들을 증명했다. 지도자들은 짐짓 서시를 좋아한다고 말함으로써 윤동주의 염결주의에 편승한 혐의가 있다. 이 시는 어쩌면 시가 아니다. 시의 서장일 뿐이다. 그렇다면 본시는 어디로 갔을까. 이 처연한 각오로 써내려간 시들의 본령은 얼마나 굳세고 아름다울까. 하지만 나는 이 서시가 안내하는 윤동주의 진짜 시를 알지 못한다. 서시 밖에 쓸 수 없었던 한 시대의 다급함으로 읽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의 시 모두가, 이 서시의 게시판이 안내하는 시일까. 사후에 펴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은, 이 서시에 나오는 '하늘' '바람' '별'을 순서대로 이어놓고 있다는 사실은 서시의 비중을 읽게 한다. 윤동주의 서시는 이 나라 모든 시들을 아우르는 서장인지도 모른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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