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마리사 메이어(36ㆍ사진)를 이사로 선임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메이어는 오는 6월 1일 주주총회에서 승인 받으면 정식으로 월마트의 16번째 이사가 된다. 그가 이사로 승인 받을 경우 월마트 이사회에 4명의 여성이 포진하게 된다. 여성 이사의 비율이 20%에서 25%로 느는 것이다. 롭 월턴 월마트 회장이 메이어를 이사로 추천한 것은 그의 기술 전문성 때문이다.월턴 회장은 "쇼핑 방식이 급변하고 있다"면서 "마리사의 기술과 소비자에 대한 통찰력은 월마트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서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메이어의 이사 선임 과정에 그의 유명세도 한몫했을 듯하다. 그는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성공하면서 '괴짜' 취급을 받으며 유명해졌다. 지난해 그는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여성' 리스트 중 42위에 랭크되기도 했다.메이어가 이사로 공식 선임되면 지난해 사상 최대 성차별 소송으로 몸살을 앓았던 월마트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듯하다. 당시 캘리포니아주 피츠버그의 월마트 매장에서 일하던 여직원 6명이 같은 직종의 남성 직원들보다 임금은 적고 승진 기회가 평등하지 않다며 월마트를 제소했다. 소송은 최고 150만명에 이르는 전ㆍ현직 여직원의 집단 소송으로 이어질 뻔했으나 미 대법원 판결로 가까스로 집단소송을 피할 수 있었다. 미 대법원이 독립적인 사업체로 운영되는 월마트는 집단소송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후 월마트는 여성 차별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메이어의 이사 피선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메이어는 월마트 이사로 선임됐다는 소식에 "매우 흥분된다"면서 "월마트의 지속적인 성장과 성공 그리고 혁신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밝혔다.포브스는 기업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적어도 25%에 이르러야 여성이 목소리를 높이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25%가 균형을 깨고 한순간에 변혁을 일으킬 수 있는 이른바 '티핑포인트'라는 것이다. 메이어가 이사로 선임될 경우 월마트에서 남녀평등 문화를 확립할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게 포브스의 평가다.메이어는 미 스탠퍼드 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인 1999년 구글에 입사했다. 그는 구글에서 검색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많은 뉴스를 자동 분류해 보여주는 구글 뉴스를 기획ㆍ개발했다. 그는 "여성이 남성보다 감성적인 일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은 선입견일 뿐"이라며 자신은 "수학적ㆍ분석적으로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데 능숙하다"고 자평했다.메이어는 구글 어스, 스트리트 뷰, 구글 맵스, 현지 검색 부문을 담당하는 가운데 구글의 얼굴 마담으로 여러 차례 행사에 나가기도 했다. 그는 한때 구글에서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했다.폭스뉴스는 IT 부문의 내로라하는 다른 거물들과 함께 메이어를 '넥스트 잡스'에 선정했다. 넥스트 잡스란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을 인재라는 뜻이다.나주석 기자 gongg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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