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문닫은 SSM, '뉴타운이라 주변에 슈퍼도 없는데..'

SSM 의무휴업..모두가 뿔난 우격다짐 行政서울시 시행 첫날..시장으로 간 사람은 없었다[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롯데슈퍼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까지 다둘러 보고 여기(GS수퍼마켓)까지 왔는데도 닫았네요. 뉴타운이라 주변에 슈퍼도 없고, 편의점 밖에 없는데 주말에 밥은 어떻게 해먹어야 되는지..."8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위치한 GS수퍼마켓 성북길음점 앞에서 만난 한 50대 주부의 하소연이다. 이날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자치구의 조례에 따라 서울 성북구의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처음 의무 휴업을 진행한 첫 날이다.3월 둘째주 전주와 3월 넷째주 성남, 속초에 이어 4월 둘째주에는 서울 성북구와 강동구를 비롯해 전국 16개 자치단체의 230여개 SSM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유통법 개정안의 본래 취지인 골목상권·전통시장 활성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통법 개정안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

서울 성북구 GS수퍼마켓에서 8일 휴무를 알리는 포스터와 함께 다음날 파격가 행사를 진행한다는 소식도 크게 알리고 있다.

가장 우선이 되는 소비자와 고객들은 큰 불편을 호소했다. 이날 길음뉴타운 인근 SSM에서 2시간여동안 만난 주민 20여명 가운데 대부분은 인근의 다른 SSM을 방문했다. 일대에 롯데슈퍼와 GS수퍼마켓,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 SSM이 문을 닫아도 동네슈퍼나 가까운 전통시장인 길음시장을 이용하지 않고, 또 다른 SSM을 찾았다는 설명이다.길음동 GS수퍼마켓을 처음으로 찾은 한 주부도 "가까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가봐야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SSM이 모두 문을 닫는다고 설명을 듣더니 "오늘(8일)은 그럼 장을 못보겠다"며 "앞으로는 대형마트에서 미리 장을 봐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시장과 동네슈퍼를 언급하자 가고 싶지 않다며 다른 날짜에 쇼핑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월곡점에 많은 고객들로 인해 붐비고 있다. 이날 성북구의 모든 SSM이 문을 닫으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이 더 늘었다.

실제로 전통시장을 찾는 주민들은 많지 않았다. 성북구 길음동의 길음시장은 평소와 다를바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시장의 한 상인은 "오늘(8일) 슈퍼가 놀았냐"고 반문하며 "평소랑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장 상인은 "슈퍼가 장사 안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러면 뭐하나, 다 대형마트로 가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동네슈퍼마켓에도 평소보다 찾는 사람은 다소 늘었지만 눈에 띌만한 차이는 없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33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해온 한 70대 할머니는 "평상시보다 좀 낫긴한데 다른 슈퍼가 일요일에 두 번 쉰다고 우리 슈퍼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슈퍼 주변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암사동이 운영되고 있다.또 동네슈퍼에서는 카드 사용이 불편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 슈퍼를 찾은 한 대학생은 "살면서 이곳을 찾은 적이 처음"이라며 "편의점이나 SSM에서는 5000원도 안 되는 금액도 카드로 쉽게 결제할 수 있는데 동네슈퍼는 그게 안되는 곳이 아직 많은 것 같다"고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전통시장과 동네슈퍼에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반면 대형마트를 찾는 손님은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 성북구 월곡동 홈플러스 월곡점의 한 계산원은 "이른 오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주보다 사람이 더 늘었다"고 귀띔했다. 성북구 길음동의 이마트 미아점을 방문한 한 고객은 "집근처 SSM이 문을 닫아서 여기로 왔다"며 "이번달 말부터는 이마트도 같은날 문을 닫는다고 하던데 그때는 어디서 장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전통시장을 방문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SSM이나 마트에 상품 종류도 다양하고, 쇼핑도 훨씬 더 편리하다"며 "앞으로는 일요일을 피해서 장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입구에 8일 슈퍼마켓 주말 강제휴무에 따른 불편함을 지적한 포스터가 매장 입구에 붙어있다.

일부 SSM에서는 이 같은 유통법 개정안의 부작용을 지적한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 입구에는 '슈퍼마켓의 주말 강제휴점은 서민들에게 큰 불편과 많은 부작용을 초래합니다'라는 포스터로 사람들에게 SSM 강제 휴무의 부작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포스터에는 ▲주민들의 생필품 구매 불편 ▲500만 맞벌이 부부의 불편 ▲내수경기 침체 ▲생계형 근로자의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 6가지를 열거돼 있었다.SSM들이 휴무를 진행하는 주에 토요일과 월요일에 파격적인 할인혜택을 펼치는 것도 실효성 논란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SSM 입장에서는 줄어드는 매출을 만회하고, 신선식품의 폐기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 일요일 휴무를 진행하면서 매출 감소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의 한 롯데슈퍼 매장입구에 일요일 휴점을 알리는 대형 포스터가 부착돼 있는 모습.

GS수퍼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주 영업을 하지 않았던 전주와 성남 속초 지역에서 1주간 매출을 비교한 결과 정상영업을 진행했던 주와 비교해 14.2% 가량 매출이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슈퍼도 전주 지역에서 토, 일, 월요일 3일간의 매출을 비교한 결과 의무휴업을 한주에 매출이 29% 가량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때문에 지난 8일 의무휴업에 앞서서는 SSM들이 마트에 물량을 50%이상 늘리고, 매장 주변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진행했다. 또 법과 조례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영업을 하기 위해 평일 영업시간을 늘린 SSM도 생겼다.유통업계 관계자는 "논란만 있고, 법의 목적은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유통업체에서는 어떻게든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괄적인 휴무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윤재 기자 gal-r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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