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패션 하우스도 한 권의 책으로 기념하고 기록된다. 디자인에 공들인 책자는 '아트북' '브랜드북' 등으로 불리는데, 그 미적 가치 때문에 애호가들의 소장 목록에 올라가곤 한다. 여행이 예술이 되길 원하는 루이 비통의 뜻이 남긴 시티 가이드 컬렉션이나 전 세계를 돌며 시계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까르띠에의 전시 기념 책자, 브랜드 20주년을 기념하는 크리스찬 루부땅의 의미 있는 기록이 모두 한 권의 책이 되어 남는다. 패션 브랜드가 공들인 책 한 권, 역사의 한 페이지임을 증명한다.
▲ 루이 비통의 '루이 비통 - 마크제이콥스'
> 패션 하우스의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스페인 브랜드 로에베(LOEWE)가 바르셀로나 파세 데 그라시아(Paseo de Gracia)에 위치한 매장의 리뉴얼 오픈을 기념하기 위해 아트북을 발간했다. 제목은 ‘파세 데 그라시아(Passeig de Gracia)’. 카탈로니아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펩 몬세르랏과 작가 빅토리아 베르메호가 함께 작업했다. 이 기념 책자에는 세계적인 건축 거장이 남긴 아르누보 건축물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거리 풍경이 담겨 있다. 바르셀로나 시민과 더불어 매년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배포 될 예정이라고 한다.
▲ 로에베 '파세 데 그라시아'
아트북, 기념 책자가 패션 브랜드의 기록이 되고 있다. 특정 행사 혹은 어느 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지지만 어느 브랜드에서는 지속적인 문화 프로젝트의 일환이 되기도 한다. 그러한 브랜드로 루이 비통(Louis Vuitton)을 빼놓을 수 없다. 루이 비통은 산하에 루비 비통 출판사를 두고 지속적으로 자체 발간물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파리 장식미술박물관(Musee Les Arts Decoratifs)에서 9월 16일까지 ‘루이 비통-마크 제이콥스’ 특별 전시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를 기념해 1854년 루이 비통 하우스를 설립한 루이 비통과 1997년부터 아트 디렉터를 맡아온 마크 제이콥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기념 책자를 내놓았다. 이 책은 그 두 사람이 어떻게 각자의 시대와 소통하고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활용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 루이 비통의 '루이 비통 - 마크제이콥스' 내지
그 외에도 루이 비통은 시티 가이드 컬렉션(City Guides collection)을 내놓고 있다. 이미 전 세계 100여개 도시를 망라했고 100명 이상의 저널리스트가 함께 한 컬렉션이다. 또 아티스트와 수채화가 들어간 여행 스크랩북 오리지널 컬렉션도 발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1994년부터 라 깽젠 리테레흐와 공동으로 미셀 투르니에, 죠르주 심농, 마르셀 프루스트, 버지니아 울프 등 많은 작가들의 여행기를 발간하고 있다. 루이 비통이 여행과 관련한 서적 발간이 도드라지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획기적인 트렁크로 여행 가방 역사를 쓴 브랜드로서 ‘여행 예술’의 대명사로 군림하기 때문이다. 루이 비통은 세계적인 출판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아트북 시리즈를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모던 럭셔리의 탄생(2005)’ ‘루이 비통: 자동차의 기술(2007)’ ‘루이 비통 컵의 역사(2008)’ ‘루이 비통: 예술, 패션과 건축(2009)’ ‘루이 비통 100개의 전설적인 트렁크(2010)’ 그리고 지난 해 ‘루이 비통:건축과 인테리어(2011)’ 등이 있다. 그 가운데 800장 이상의 사진으로 구성된 ‘루이비통 100개의 전설적인 트렁크’는 루이 비통의 브랜드를 가장 확고하게 드러내는 책자다.
▲ 루이 비통의 '100개의 전설적인 트렁크'
▲ 루이 비통의 '100개의 전설적인 트렁크' 내지, 헤밍웨이를 위한 트렁크
> 브랜드 정보는 기본, 때로는 ‘문화 전도사’ 패션 브랜드에 이어 국내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도 아트북 출판사로 알려진 애술린(Assouline)과 공동으로 설화수 애술린북을 출간한 바 있다. 미국과 홍콩, 중국에 진출하며 브랜드와 설화수, 한방에 관한 정보를 전하는 데 유용한 기념 책자다. 설화수와 함께 작업한 애술린북은 미국 뉴욕에 거점을 둔 패션, 예술, 디자인 관련 서적을 발간하는 출판사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중시하는 책을 지향하는데 그들은 그 책들을 ‘애술린 책’이라고 자칭한다. 그만큼 자부심이 대단한 회사다. 지난해에는 국내를 방문해 “삼성전자의 책을 내고 싶다”고 발언한 바 있다.
▲ 애슐린북이 작업한 설화수 기념 책자
▲ 태그호이어 '태그호이어 150주년 히스토리북'
이 애술린북은 샤넬(CHANEL), 루이 비통 등 유수의 브랜드 책자를 작업했고 3년 전에는 태그호이어(TAG Heuer)의 150주년 기념 책자를 출판하기도 했다. 이 책은 스위스에 위치한 쥐라 산맥의 작은 워크숍에서 시작한 태그호이어가 세계적인 럭셔리 워치 브랜드가 되기까지 지난 150년 동안 이룩해온 많은 혁신적인 기록들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216페이지에 걸쳐 담겨있다. 설화수 기념 책자와 태그호이어 150주년 히스토리북 등이 애술린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까르띠에(Cartier)는 지난해 역사상 가장 큰 규모라 할 시계 전시회 까르띠에 타임 아트(Cartier Time Art : Mechanics of Passion)를 개최했다. 브랜드가 지닌 기술과 독창성을 확인하고 그것을 외부에 알리는 장이다. 이 전시에서는 까르띠에 컬렉션 400여 개 작품 가운데 중요하다 여겨지는 150여 개의 시계가 선별되어 전시됐다. 단일 컬렉션 중 가장 많은 작품을 소개한 자리로 언급되는데, 공식적인 박물관이나 아트 갤러리에서 4년 이상 지속될 예정이다. 시작은 스위스 취리히의 벨레리베 박물관이었고 싱가포르를 거쳐 세계 여러 나라를 돌고 있다. 전시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자 역시 전 세계에 소개되고 있다.
▲ 까르띠에 '타임 아트' 전시 포스터와 전시 기념 책자
구두의 여왕으로 불리며 섹시하고 유쾌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땅(Christian Louboutin)이 브랜드 20주년을 기념해 책자를 냈다.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땅의 삶과 슈즈, 그리고 다양한 콜레보레이션 프로젝트와 업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유산이다. 책은 루부땅의 작업실에서부터 영화감독 데이빗 린치와 함께한 전시회까지, 루부땅 자신의 커리어를 훑고 있다. 책자는 영어와 불어 두 가지 버전으로 출판되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몇몇 국가의 크리스찬 루부땅 부티크 및 전 세계 선별된 서점과 패션 상점들에서 판매되고 있다.
▲ 크리스찬 루부땅 브랜드 20주년 기념 책자
채정선 기자 es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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