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이사비용 '포기각서' 쓰라니…

집주인 등 포기공증에 이어 연대보증까지 요구…'부당한 요구는 법적 무효'

서울시 서대문구 아현뉴타운 현장 /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 개발사업이 추진되는 노후 주택가 거주 세입자들의 고난이 가중되고 있다. 조합과 집주인 등이 거주이전비를 포기하도록 강요해서다. 뉴타운·재개발 지역의 주택세입자들은 법적으로 주거이전비 지급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거주이전비 포기라는 부당한 요구는 물론 연대보증인까지 강요해 파문이 일 전망이다.19일 통합진보당이 봉천 제12-1구역 재개발 세대위에서 접수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개발 조합과 건물주들이 세입자들에게 '주거이전비 포기 각서'를 강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세입자 3~4가구가 주거이전비 포기각서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또 공증과 연대보증도 체결토록 요구하고 있다. 조건 없는 퇴거요구에 불응할 경우 당사자 및 연대보증인에게 손해배상을 비롯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집주인인 조합원은 법적으로 주거이전비 수령자격이 있는 세입자들에게 법무법인에서 ▲재개발 철거 통보시 즉시 이주할 것 ▲이주 비용은 받지 않음 ▲이주 불이행으로 인해 집주인에게 불이익 발생시 민·형사상 책임 및 배상 을 내용으로 공증을 체결을 강요하고 있고 연대보증인까지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재개발조합은 자체 정관 제35조 제4항에서 세입자에게 지급될 주거이전비는 법률에 해당되는 임대를 준 조합원에게 이주시 300만원을 조합에서 균일 지급하기로 하고 나머지 금액은 임대를 준 조합원이 부담하기로 정하고 있다. 다만 이주기간 내 임대를 준 조합원이 세입자를 이주시키지 않고 사업시행계획에 차질이 있을 때는 조합에서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를 지급하고 세입자를 이주시킨 후 임대를 준 조합원에게 지급되는 이주비에서 공제하거나 이주비 신청이 없는 경우에는 별도로 법정금리를 포함하여 청구하기로 돼 있다.문제의 발단은 지난 12월30일 개정되기 전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48조제5항의 2호다. 조합원의 종전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산정 때 세입자를 둔 조합원에 손실보상이 필요한 경우 조합의 정관에 따라 세입자에 대한 손실보상액을 뺀 나머지 가격을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따라 조합이 조합원에게 주거이전비를 넘길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졌다. 결국 조합원인 가옥주는 자신이 300만원을 수령하고 추가적으로 지급해야할 이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입자에게 이전비 포기 공증을 서도록 강요한 것이다.그러나 포기각서의 공증은 공익사업법 시행규칙에 위배돼 무효다. 통합진보당은 이와 유사한 판례로 주택재개발사업 구역에서 살던 주민이 사업 시행기간 동안 거주할 임대아파트(순환주택)에 이주하기로 하고 주거이전비를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주거이전비는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고 밝혔다.한편, 현행 뉴타운·재개발은 관련 법규에 따라 ▲4개월분 주거이전비 및 동산이전비 ▲임대주택 입주자격을 부여하고 있다.박미주 기자 beyon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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