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음식점 상대로 대량주문 … 차비 빌린 뒤 사라지는 수법만 수년째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김밥집이나 샌드위치 가게를 상대로 3만~5만원을 빌린 뒤 떼먹는 사기꾼이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다.대기업 부장 직함을 앞세워 대량 주문을 한 뒤 돈을 빌리는 수법이 모두 동일범으로 의심되는 상황인데다 수년 전부터 이같은 행각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주의가 요구된다.지난 1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소액 사기를 당했다는 자영업자의 사연이 올라 왔다.작은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글쓴이는 "삼성건설 윤부장이라는 사람이 회사 야유회에 가져 갈 김밥 70줄을 예약했다. 근처 아파트단지에 거주한다며 집주소와 전화번호도 남겼다. 잠시 집에 다녀온다더니 부인이 문을 잠그고 나가 들어가지 못했다며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데 택시비를 빌려달라고 해 2만원을 건냈다"고 전했다.글쓴이는 "김밥 값과 택시비 모두 부인이 들려 결제할 것이라며 가게 안에서 버젓이 통화도 했다"고 덧붙였다.문제는 다수의 온라인 게시판과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 게시글은 무려 3년 전에 올라온 것부터 최근 일주일 사이에 작성된 것까지 검색되고 있어 이 남성이 지속적인 사기 행각을 벌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성의 수법은 매번 동일하다. 깁밥집이나 와플가게, 수육집 등에 들어와 회사 야유회 간식이라는 명목으로 대량 주문을 한 뒤 지갑을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아 음식 값을 계좌로 송금하겠다며 계좌번호를 적어간다. 근처에 사는 주민이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연락처, '삼성건설 윤부장'이라고 메모를 남긴다. 매장을 나선 뒤에는 약 10~20분 후에 다시 가게를 방문, 급한 일로 회사에 들어가 봐야 하는데 집에 사람이 없어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니 택시비를 빌려달라며 3만~5만원을 요구한다. 부인이 몇 시간 후에 들려 셈을 치를 것이라고 약속하는 과정도 대부분 일치한다.피해자들의 글을 종합해 보면 50대로 보이는 말끔한 인상의 이 남성은 유명 아파트 브랜드 로고가 찍힌 작업복을 입고 다닌다. 언변이 자연스러운데다 워낙 대량 주문을 한 탓에 피해자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돈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차비 명목으로 돈을 뜯긴 과정도 황당하지만 주문받아 준비한 음식을 팔지도 못한 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자영업자들로서는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사연에는 "작년에 저희 매장에 와서 사기치고 간 윤부장이 거기에도 가셨네요ㅠㅠ(닉네임 인천**)", "얼마 전에 여기도 다녀가셨답니다(솜다**)", "문제의 윤부장은 전국구 같으니 다들 조심해야 될 것 같습니다(럭셔**)" 등의 댓글이 달렸다."김밥 팔아 열심히 사시는 분에게 그런 사기치는 사람 참 나쁘네요(아고**)", "뻔한 수법인데..그래도 많이 안당하셔서 다행이에요(빵이**)" 등과 같은 위로의 말도 눈에 띈다.조인경 기자 ik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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