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음사, '임나일본부설 무비판 인용' 외면하나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국내 최대 출판사 중 한 곳인 '민음사'가 일본의 대표적 역사 왜곡 사례인 '임나일본부설'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한 번역 출판물의 수정을 외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송영길 인천시장은 최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개인 이메일 서한을 보내 지난 1월 민음사를 통해 국내에 번역 출간된 '중국이야기'에 대해 "훌륭한 책이지만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될 수도 있겠다 싶은 부분이 발견됐다"며 일부 수정을 요구했다. 헨리 키신저는 해당 책에서 동북아 외교 질서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일본이 국제질서에 참여했다면 그것은 류쿠열도(오늘날의 오키나와 및 주변도서)와 한반도의 여러 왕국에 확립한 나름대로의 조공체계를 통해서이다"라고 기술했다. 그런데 이는 일본 내 일부 주장인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한 것으로 고쳐야 한다는 게 송 시장의 지적이었다. 송 시장은 "연구 자료에 의하면 사실 조선시대까지 한반도의 여러 왕국들은 일본으로부터 조공을 받았지 조공을 한 적은 없다고 되어 있다"며 "일본 정부가 과거사를 왜곡하는 역사교과서를 채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 독자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으니 개정판에서 수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송 시장은 또 아시아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인의 자존심과 관련된 부분이다. 직접 전화 통화 또는 접촉을 통해서라도 수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이 책을 출간한 민음사 쪽은 저자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 대해 수정을 요구할 생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음사 관계자는 "조공 무역의 형태였는지까지는 알 수 없으나, 한반도 일부 지역과 일본과의 교역을 뒷받침하는 최근의 고고학적 발견들에서 비롯된 설들을 키신저가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저자에게 이와 관련한 책 내용의 수정을 요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역사 전문가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일본 고대사를 전공한 연민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이번 경우처럼 동북아 고대사의 경우 서양사람들은 보통 일본ㆍ중국을 통해 공부하기 때문에 왜곡된 역사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고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잘 안 되는 부분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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