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벨트를 가다> 4·11 총선을 앞두고 부산·경남 지역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곳을 '야풍(野風)'의 진원지로 삼겠다며 벼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야풍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부산 사상에선 잠재적인 대선 후보로 뽑히는 문재인 상임고문이 출사표를 던졌다. 총선을 넘어 대선 판세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산·김해·거제·울산·창원 등 '낙동강 벨트' 의 민심을 본지 기자들이 직접 찾아 들여다봤다.<편집자주>③ 울산서 드세진 야풍…창원까지는 역부족[울산·창원(경남)=이민우 기자] 울산과 경남 창원을은 2004년 17대 총선부터 두 차례 진보세력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새누리당의 텃밭에서 '진보정치 1번지'로 변화하던 두 지역의 민심은 8년이 지난 현재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울산은 서울 강남과 유사하게 '계급투표' 경향이 뚜렷하다. 반면 창원을의 민심은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진보정치에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울산에서는 태화강을 전선으로 여야가 '남북전쟁'을 벌이고 있다. 야권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대규모 공장이 밀집해 있는 북구와 동구에 진을 치고 새누리당의 텃밭인 태화강 남쪽의 남구까지 위협하는 모양새다. 지난 주말 울산 북구의 호계시장에서 굴장사를 하는 나순복(61)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노인들이 (정치에 대해) 뭘 알겠냐"면서도 "적어도 여기 국회의원(통합진보당 소속)은 서민 편"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주간근무를 마치고 돼지국밥에 막걸리를 마시던 김모(46)씨와 한모(44)씨도 "여당은 부자들하고 기업들 배만 채워준다"면서 "우리 같은 '공돌이'들은 무조건 진보정당을 찍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어는 모를 지언정, 정서적으로는 '계급투표'의 경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2009년 4월 29일, 울산 북구 재보궐 선거에서 조승수 통합진보당 의원(당시 진보신당 소속)이 당선된 뒤 축하 파티를 하는 모습. '키보드 아코디언'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와 '진짜 색소폰'을 연주중인 손태현씨. 류인목 전 울산 북구 구의원은 '허리띠 색소폰'을 불고 있고,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당시 진보신당 대표)은 '빗자루 기타'를 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남구갑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현역의원을 그대로 공천하면서 야권의 세력 확장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고층아파트와 백화점, 쇼핑몰이 밀집해 '울산의 강남'이라 불리는 남구갑은 전통적인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지만 최근 이상기류가 감지되면서 이채익 전 남구청장으로 후보자를 교체했다.이곳에는 북구에서 당선된 조승수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역구를 옮겨 태화강을 건너와 '상륙작전'을 벌이고 있다. 적진으로 진입한 조 의원은 '정권 심판론'으로 이채익 새누리당 후보와 일합을 벼르고 있다. 공업탑로터리의 한 백반집에서 만난 김성현(41)씨는 "이 지역 여당 의원이 세 번 해먹었지만 지역에서 한 게 없다"며 "이번에 좀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 울산 남구갑으로 지역구를 옮긴 조승수 통합진보당 의원이 수암시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경남 창원을은 경남에서 20~40대와 대기업 노동자의 비율이 가장 높아 야권이 우세한 것으로 점쳐지는 지역이다. 다만 권영길 통합진보당 의원을 두 번 선택했지만 지역 민심은 야권에 등을 돌리려는 이상 기류가 보였다. 지난 주말 시청 앞 중앙대로에서 만난 택시운전사 황철민(53)씨는 "매일 싸우기만 하고 지역경제는 신경도 안쓴다"면서 "국회의원이 창원2터널 문제 등 지역현안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옆에 있던 김성민(56)씨도 "야당 뽑으니까 힘이 없어서 그렇다"면서 "이번에는 여당 뽑아서 지역 문제를 잘 챙기도록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야권은 권 의원의 불출마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지만 현역 시의원까지 출마하는 등 후보가 난립하면서 오히려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새누리당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기 위해 강기윤 당협위원장을 대항마로 확정하면서 '지역일꾼'임을 강조하고 있다.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이민우 기자 mwle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