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전 직원들에게 자회사 편입을 위로(?)한다는 차원에서 500%의 보너스를 지급키로 합의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은행권에서 피인수 은행 직원에게 500%라는 보너스를 준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인수를 한 하나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 직원들에게는 200%의 보너스가 지급될 예정이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과 함께 평균 2000만원에 달하는 보너스를 피인수 업체 직원에게 줘야 하는지에 대한 모럴헤저드 시비까지 일고 있다.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의 자회사 편입에 따른 직원 위로금 명목으로 기본급의 500%를 전 직원에게 보너스로 지급할 예정이다.이번 보너스 지급은 지난달 17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합의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합의된 사항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양측은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합의문에만 명시하고 공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외환은행 직원들 얼마나 챙기나 = 외환은행 직원들은 직급에 따라 최소 1400만원에서 최고 2500만원까지 목돈을 쥐게 된다. 웬만한 중소기업 1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큰돈이다. 과거에도 금융권에서는 인수된 은행 직원에게 사기진작 차원에서 보너스를 지급한 사례는 있다.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할 당시 조흥 직원들에게 300%의 보너스를 지급했다.하지만 조흥은행과 달리 외환은행은 앞으로 5년간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500% 는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20년에 달한다. 5년간 독립경영 체제 유지는 사실상 고참 직원들의 정년을 보장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3/4분기(2011년1월∼2011년9월)까지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지급된 임금은 6900만원(남자 직원 기준)이다. 단순 계산하면 분기별 2300만원의 급여가 지급된 셈. 연간으로 하면 92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기본급 500%에 달하는 보너스 2000여만원이 더해지는 것이다.외환은행 노조관계자는 "하나금융과 합의문을 작성할 보너스 지급에 대해 합의했다"면서 "지급시기와 구체적인 금액 등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가능성도 있지만 당시 (500% 지급이라는) 합의된 사항에서 변동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당초 합의된 사항은 기본급의 500% 지급이며 일각에서 알려진 400%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하나금융에서 최근 400%로 낮추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노조 측에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우습게 된 하나은행 노조 =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500%의 보너스가 지급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하나은행 직원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보람은행과 충청은행, 서울은행 등을 인수하면서 보너스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다 인수 주체의 직원이 피인수 은행 직원보다 낮은 처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 탓이다. 200%의 보너스가 지급될 것이라는 소식은 하나은행 직원들 귀에는 들리지도 않는다. 심지어 반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하나은행 한 직원은 "500%란 숫자에 가슴이 떨린다"며 "누구는 500% 인생이고 누구는 200% 인생인가"라고 반문했다.또 다른 직원은 "지난해 외환은행이 낸 순이익 1조7245억원 가운데 8756억원(현대건설 매각 특별 이익)을 제외하면 8489억원의 순수 이익"이라며 "외환은행의 1인당 생산성이 과연 은행권 1위인지, 500%의 보너스를 받을 자격이 과연 있는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결과론적이지만 외환은행 노조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론스타 먹튀'를 운운하며 정치권까지 끌어들였던 외환은행 노조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결국 실리만 챙겼다는 것이다.은행권 관계자는 "공적 명분을 내세우며 극렬히 투쟁했던 외환은행 노조가 이면에서는 사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가뜩이나 은행권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시기에 이번 보너스 지급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신한은행은 이달 말 예정돼 있는 주주총회 이후 직원들에게 200∼250%의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150%의 성과급과 피복비를 지급했다.한편,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성과급에 대한 논의가 다시 진행돼 일단 연말 성과급에 대해 기본급의 200%를 지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면서 "추가 지급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고 추후 성과배분제 등 제도적 장치의 병행을 통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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