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벌이 동네북 된 이유

재벌을 둘러싼 곱지 않은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 평창 주변의 노른자위 땅을 재벌가 인사들이 대거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벌의 중소기업 영역 침범과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로 확인됐다. 세계적 기업 삼성은 유산상속을 둘러싼 2세 간 소송에 휩싸여 있다. 평창 땅을 소유한 재계 인사는 롯데그룹 2세인 신영자 롯데쇼핑 전 사장(본인 및 자녀 명의), GS그룹 3세인 허세흥 GS칼텍스 전무, 고희선 농우그룹 회장,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장남 명의) 등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동계올림픽 유치전이 한창인 2005년을 전후해 농지법을 위반한 상태에서 사들였다.  공정위가 어제 발표한 대기업집단 계열사 현황을 보면 22개 그룹 74개 계열사가 식음료ㆍ식자재 및 수입품 유통ㆍ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등 중소기업 영역에 진출했다. 특히 총수 2ㆍ3세가 재벌의 후광을 업고 지분 또는 경영에 참여한 경우가 8개 그룹 17개사에 이른다. 삼성은 식자재 유통과 악어가죽 가방 수입판매, 커피 판매 및 베이커리 사업을 하고 롯데는 계열사 극장에서 팝콘과 음료를 판다. 현대차는 커피 판매 및 베이커리 사업을, 한진은 기내 면세품을 팔고 두산과 효성은 수입 자동차를 판매하는 식이다. 그동안 경기를 탓하며 투자를 하지 않더니만 본인과 자녀 명의로 땅은 뭐 하려고 샀을까. 삼성가의 소송은 유산 상속, 그것도 남의 이름으로 해뒀다가 드러난 차명(借名)재산을 둘러싼 다툼이다. 재벌가의 상속을 둘러싼 편법ㆍ불법 행위와 문어발식 경영은 과거에도 지적돼왔다. 최근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영역을 침범해 피해를 안겨주는 독성이 있다 해서 '지네발식 경영'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러니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앞다퉈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재벌개혁론이 힘을 받는 것이다.  평창 일대에 20억원 상당의 땅을 매입해 투기 의혹을 받은 강호동씨는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한 뒤 문제의 땅을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하지만 재벌가 인사들은 '은퇴한 뒤 살려고' '농사 지으려고'라고 변명하며 투기는 아니라고 강변한다. 재벌 스스로 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지 살펴보고 먼저 변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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