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어제 현대자동차의 사내 하도급(하청)은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파견 근로에 해당한다며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도급'의 형태를 띤 사내하청 근로자라도 원청업체의 업무 지휘를 받으면서 원청업체 근로자와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내용의 업무를 하는 경우 파견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기업들의 불법파견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사내 하청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날로 늘어나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되는 것은 물론 사내하청 근로자의 임금 차별과 고용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하도급 근로자를 한꺼번에 정규직화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비용과 인력 조절의 어려움 등 기업이 떠안게 될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의 사내하청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24.6%인 32만6000여명에 달한다. 모두를 정규직화 하려면 5조6000억원이 추가 소요된다고 한다. 고용의 경직성도 걸림돌이다. 자동차ㆍ조선ㆍ철강업체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사내하청 제도를 활용하는 건 생산량의 증감에 맞춰 인력을 신축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다. 그게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불법파견 관행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기업들이 경쟁력이나 성장동력 약화, 일자리 감소 등을 거론하며 어깃장을 놓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다. 판결의 취지를 살려 당장은 경영에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멀리 보고 '일자리 창출'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정규직으로의 전환, 나아가 직접 고용을 늘리는 게 바람직한 자세다. 정규직 노조도 힘을 보태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도 이번 기회에 도급과 파견의 명확한 구분, 합리적 사용 방법 등을 명문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산업ㆍ직종별 현장의 사내하청 상황을 전수조사해 실태 파악을 서두르길 바란다. 대법원 판결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 해소를 위한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노동 유연성을 높이면서도 차별 해소, 고용 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 해법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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