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9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어제 뉴욕시장의 서부텍사스유(WTI)는 익월물 기준으로 배럴당 106.2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말 고점의 114.43달러와 격차가 8달러 정도로 좁혀졌다. 지난해 10월 초 저점의 76달러에 견주면 30달러(40%)나 뛰었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3달러까지 올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 핵 개발과 연관된 국제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란 정부와 벌인 협상이 어제 결렬됐다고 하니 유가상승 행진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그대로 반영되는 국내유가도 고공행진이다. 서울의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어제 ℓ당 2069.70원까지 치솟아 4개월 만에 사상 최고 기록(지난해 10월 2067.26원)을 갈아치웠다.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과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등도 순차로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기름값 급등은 대기업에도 부담이겠지만 특히 중소기업, 자영업자, 서민에게 큰 타격이다. 그렇잖아도 먹고살기 어려운데 기름값이 급등하며 연료비, 교통비, 난방비까지 오르고 있으니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겹다. 선거철이다 보니 정치권에서부터 유류세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주선 의원은 유류세 10% 인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음을 상기시키며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들도 대체로 유류세 인하에 찬성한다. 그러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기름값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유류세를 인하하라는 주장은 이번에 처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유류세 인하를 거부하고 있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던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월간조세'라는 잡지에 '유류세, 왜 꼭 내려야 하나'라는 글을 기고했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에도 못 미칠 때 설계된 유류세는 이제 하향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불가피하다"는 거였다. 그가 소신대로 하지 않는 이유는 뻔하다. 이 대통령 임기 내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뒷받침하려는 것일 게다. 고유가 시기에 유류세만큼 손쉬운 세수 확보 방법이 또 있을까. 지난해에만 유류세가 목표보다 1조원 가까이 더 걷혔다. 그러나 불합리한 세금으로 국민을 짓눌러 이룬 균형재정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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