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언시'가 대기업 담합 면죄부?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리니언시 제도(자진신고자 감면제)의 허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담합을 주도한 기업들이 리니언시를 악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이 제도를 이용해 과징금을 면제받거나 덜 내면서 담합을 되풀이해왔다. 특히 두 기업이 담합한 뒤 차례로 신고해 둘 다 혜택을 본 경우도 있어 도덕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공정위가 리니언시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나선 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외 업체들과 LCD패널 공급 가격을 담합했다 적발됐지만, 자진신고로 961억원의 과징금을 면제받는 등 세 차례나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과징금 부담을 덜었다. 생명보험 3사의 보험료 담합과 정유업계의 기름값 담합 사건에서도 과징금을 가장 무겁게 부과받은 기업들은 리니언시 제도로 실익을 챙겼다. 리니언시 제도가 '대기업의 담합 면죄부'라는 여론이 들끓은 이유다. 공정위는 올해 1월부터 이렇게 담합과 자진신고를 반복하는 기업에 관용을 베풀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는 5년 동안 단 한 차례만 리니언시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공정위의 리니언시 제도 손질에는 지난달 적발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백색가전 담합 사건도 큰 영향을 줬다. 공정위는 두 기업이 평면TV와 노트북ㆍ세탁기의 가격과 공급량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각각 258억원, 188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하지만 적발 직전 담합사실을 자진 신고해 LG전자는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았다. 이어 담합사실을 신고한 삼성전자 역시 과징금 절반을 감면 받았다. 사실상 담합에 가담한 모든 기업이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구제받은 셈이다. 공정위는 이런 문제를 인정하면서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했지만, 이 제도는 '필요악'이라며 운영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기업 사이에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을 적발하자면 내부 제보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1978년 미국이 처음 도입한 리니언시 제도는 유럽연합 등 40여개 국가가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제도를 들여왔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된 이후 국제 담합사건에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 돼서다.  도입 초 1년에 한 건 수준이던 자진신고 건수는 2005년 1순위 신고자에게 과징금 100%를 면제해주기로 한 뒤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과징금이 부과된 담합사건 162건 중 절반에 이르는 80건(49.4%)은 자진신고를 통해 혐의가 드러난 경우다. 정중원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리니언시는 카르텔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며 "한 번의 처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종 업종에서 신뢰가 깨져 다시는 카르텔을 못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리니언시 제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담합이 근절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조사가 시작된 사실을 알고 자진신고한 기업은 가중처벌하거나 EU처럼 매출액 규모가 큰 대기업은 과징금을 추가로 물리는 등 세부 보완책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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