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주주총회 시즌에 임기가 만료되는 상장회사 사외이사가 870여명에 이르고, 그중 절반에 가까운 400여명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외이사는 1년에 몇 번만 이사회에 참석하면 적어도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어 대학 교수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사이에 인기 있는 부업이 됐다. 기업이 대정부 로비용으로 고위관료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동안 대다수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들어 왔다. 이번 주총 시즌의 대규모 인적 교체가 사외이사제 쇄신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몇 가지 새로운 움직임과 제도 변화 조짐이 기대를 걸게 한다.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이 공동 설립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최고경영자와 대주주를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배제하는 것을 포함한 '주주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공개 제시하기로 했다. 다수 대기업에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선임을 비롯한 주요 안건에 대해 주주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하라는 사회적 압력도 고조되고 있다.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을 중심으로 회사 직원들이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KB금융 노조와 신한금융 노조는 이번 주총에서 중립적인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장하성 펀드로도 불리는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를 비롯한 여러 소액주주 집단도 경영진에 대해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을 통한 주주이익 개선에 관심을 갖고 있다.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부도 사외이사제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사내이사의 사외이사 추천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올해부터 시행한다. 법무부는 기업이 권력기관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로비용이나 바람막이로 활용하는 행태를 막는 장치를 상법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입 이후 14년째가 됐는데도 여전히 표류하는 사외이사제가 이젠 제자리를 잡고 힘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기업도 스스로 투명하고 견실한 경영을 위해 사외이사제를 적극 선용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사외이사제 내실화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경쟁력 강화에 필수 선결요건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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