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의 '한미FTA 폐기 카드'가 4ㆍ11총선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한미FTA 폐기 주장을 비판한 것에 대해 "여권 대권 주자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무지의 소치이자 몰역사적인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위원장은)2007년과 2010년의 FTA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다.박 위원장은 전날 전국위원회에서 "선거에서 이기면 한미FTA를 폐기하겠다는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순 없다. 우리의 잘못과 나태, 안일로 그런 일(한미FTA 폐기)이 생긴다면 역사 앞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면 한미FTA를 폐기하겠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복합적인 정치적 포석을 깔고 있다. 우선은 표다. 제1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것이 총선에서 유리하다는 복안이다. 또 FTA 폐기 주장을 통해 통합진보당 등 야권과의 통합협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야권후보 단일화의 지렛대로 한미FTA 폐기 카드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한미FTA 폐기는 새누리당과의 차별화를 가능케하는 정치적 카드이기도 하다. '한미FTA에 찬성하면 정부 편, 반대하면 국민 편'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써먹을 수 있고, 선거철을 맞아 정책적으로 '좌클릭'하는 새누리당에 보다 뚜렷하게 날을 세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민주당의 생각대로 정치지형이 굴러갈까? 한미 FTA 폐기 주장은 민주당에게 정치적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국민들 입장에선 "민주당에게 수권능력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한미FTA는 민주당에 양날의 칼이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민주당이지만 정작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FTA를 입안하고 추진한 대통령이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 입장에서도 개운치 않다. 한 대표는 참여정부 국무총리였던 2006년 "한미FTA는 대한민국 경제를 세계 일류로 끌어올리는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총리로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함께 한미FTA를 주도했다. "당시의 FTA와 지금의 FTA는 다르다"는 주장을 할 지 모르지만 국민들에겐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정치인으로 기억될 뿐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미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최대 업적으로 남겨놓은 일일 뿐 아니라 우리 당에서 정권을 초월한 국책사업으로 받아들여 관철에 최선을 다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한미FTA가 민주당 주장대로 폐기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우스갯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국가간의 약속이 정권 교체에 따라 없던 일로 돼버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헛발질'을 선거전략으로 활용할 움직임이다. '한미FTA 전도사'로 불리는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입해 전략 공천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제 조약을 일방적으로 저버린다는 발상 자체가 아마추어적이며, 한미FTA를 추진한 지난 정부에서 총리, 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협상 결과를 두고 잘잘못을 논하는 것 자체가 후안무치(厚顔無恥ㆍ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름)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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