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게 너무 많아 열거도 못해'…팔 비틀기 요금인하로 시장만 혼선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헛발질 4년에 시장만 멍들었다' 오는 29일자로 출범 4년을 맞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격랑에 휩싸였다. 방송과 통신에 대한 전문성 결여, 이해 당사자간 중재 역할 실패, 균형감 잃은 정책 추진 등 총체적 난맥상으로 뇌사 상태에 빠져든 형국이다. 급기야 최시중 위원장이 측근 비리 혐의로 중도 하차하면서 치명타를 안았다. 방통위의 역할 부재론은 정보통신부 부활론으로 이어지면서 방송통신 컨트롤타워의 총체적 붕괴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의 지난 4년간 행적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높아만 가고 있다. 통신 업계의 고위 임원은 "잘못한 일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평가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이 말은 방통위로선 굴욕적이다. 이는 객관적인 수치로도 잘 드러난다. 방통위 출범 전 3위였던 '한국 IT 경쟁력 지수'는 2008년 8위, 2009년 16위, 2011년 19위로 추락했다. 지난해 정부 업무 평가에서도 꼴찌 등급을 받았다. 최시중 위원장의 야심작으로 평가받는 종합편성방송은 시청률 0%대에서 헤매고 있다. 그런데도 방통위의 종편 뒤봐주기는 계속된다. 김재윤 의원(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통합당 간사)은 "미디어렙 법안 통과로 종편이 3년간 직접광고 영업을 할 수 있는 길이 터졌는데도 법정분담금을 유예시킨 건 이중특혜"라며 "방통위 스스로 위상을 갉아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해 2012년도 방통위 예산안에 종합편성채널이 방송광고 매출액의 6% 가량을 걷어야 하는 게 누락됐다고 지적했었다. 통신 정책도 철학 부재에 갈팡질팡 중이다. 통신사의 팔목을 비틀어 요금 1000원을 인하했지만 국민들에겐 체감효과가 없고 이통사들의 매출에만 타격을 줬다.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도 갑자기 속도를 늦추고 있다. 4월까지 사업허가와 주파수 할당 신청을 받지 않겠다며 진입 장벽을 높인 것이다. 제4이통사 출범이 까다로워지면서 사업자간 경쟁에 따른 요금 인하 효과는 요원해졌다는 지적이다. 우리 기술로 독자 개발한 와이브로 기술도 나몰라라 하면서 '이통시장의 계륵'으로 전락했다. KT와 삼성전자간 스마트TV 격전에서는 KT에만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무능력을 드러냈다. 세계 통신시장의 주력주파수인 700㎒도 원래 이 주파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활용 안 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의 반납 거부를 설득하지 못하고, 이통사들에게 일부만 분배키로 했다. 정권 말 묻혀졌던 대형 비리가 터지며 최시중 위원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방통위는 벼랑끝으로 몰렸다. 최 위원장은 최측근 정용욱 전 정책보좌관이 지난 2009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돌린 '종편 돈봉투', 같은해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의 EBS 이사 선임 대가로 2억원을 받았다는 등 의혹에 시달리다가 결국 사임했다. 무능력과 철학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면서 헛발질만 거듭해온 방통위. 출범 4년만에 뇌사 상태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심나영 기자 sn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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