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산은금융지주ㆍ산업은행ㆍ기업은행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공공기관'에서 해제했다고 그제 저녁에 전격 발표했다. 그동안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실무자들이 이런 조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해 왔음을 감안하면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현 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기업은행은 구색 갖추기로 덧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를 취한 이유로 재정부는 '정부지분 매각 촉진을 위해 정부의 민영화 의지를 분명히 하여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를 들었다. 또 '인력운영ㆍ예산집행상의 제약 때문에 민영화 대상기관으로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안에 10% 이상의 정부 지분을 공모하는 기업공개(IPO)로 산은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강 회장의 계획을 그대로 수용하고 밀어주겠다는 뜻이다. '자리를 걸고 공공기관에서 해제시키겠다'고 공언해 왔던 강 회장으로서는 자신의 힘을 확인시킨 쾌거이겠지만 재정부는 특혜 시비를 자초하고 원칙을 허물어 공신력을 실추시켰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된 상황에서 산은 민영화를 서둘러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도 따져볼 일이다. 산은은 사실상 100% 정부 소유인 국민의 것이자 국책은행이다. 국책은행으로서 해야 할 역할도 있다. 따라서 민영화 추진 여부와 추진할 경우 그 시기와 방식은 국민에게 최대한 이익이 되도록 정부가 계속 통제하고 관리하는 게 옳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산은이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임직원 보수도 멋대로 올리고 점포 수도 마음대로 늘릴 수 있게 됐으니 되레 부실화의 길로 치달을지도 모른다. 이런 비판을 우려한 재정부는 '방만경영 여부, IPO 진행 상황을 반기별로 점검하고 필요하면 내년에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의치 않으면 다시 묶겠다는 것인데, 이런 무책임한 방침으로 어떻게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고 고삐가 풀린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강 회장을 견제하고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비공식으로 밝혔다. 그러려면 차라리 정부가 고삐를 계속 쥐고 있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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