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 8개 국가에 대해 무더기 신용강등을 하자,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시장의 ‘파수꾼’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무디스, S&P, 피치 등 소위 ‘빅3 신평사’가 오히려 금융시장 혼란을 가중시킨다며 신평사의 평가방법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는 강건한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내린 이후에도 ‘빅3’는 비슷한 논란에 시달렸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당시 “S&P는 너무나 형편없는 판단을 보여줬다”면서 “미국 재정 상황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놀라울 정도로 부족해 완전히 잘못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16일(현지시간) APㆍAFP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투자자들과 금융감독 당국은 신용평가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유럽의회에서 연설을 통해 “신용등급이 시장과 감독기관,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올리버 베일리 EU 집행위원회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EU 집행위는 매달 회원국 최신 상황을 받고 공유하는 등 훨씬 더 많은 대외비 정보를 갖고 있지만 신평사들은 오로지 낡은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며 평가능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S&P는 1975년 이후 디폴트가 발생한 15개 국가 중 12개 국가에 대해 디폴트에 빠지기 1년 전까지도 B 등급 이상을 부여했다. S&P의 신용등급 분류에 따르면 B 등급이 1년 이내에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은 평균 2%다. 무디스도 디폴트에 빠진 13개 국가 중 11곳에 대해 디폴트가 발생하기 1년 전에 B 등급 이상을 부여했다. 특히 무디스로부터 B 등급 이상을 받은 국가 중 3곳의 신용등급은 1년 이내 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0.77%에 불과한 Ba였다. EU측은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 등 여러 차례 드러났듯이 신평사들은 위기가 오기 전에 최신상황을 모른 채 방관만 하다가 위기가 지난 다음에는 지난 과거에 기초해 평가등급에 반영한다고 꼬집었다. 무디스는 2009년 정치적 혼란에 빠진 그리스 경제에 대한 안팎의 우려가 컸음에도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무디스는 이듬해인 2010년 6월에 가서야 그리스 등급을 ‘B1’에서 ‘Caa1’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7월에는 Ca로 떨어뜨렸다. Ca는 무디스의 장기채권 등급 중 최저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등급인 C의 바로 위 등급이다.신용평사들이 유럽 위기의 진앙인 그리스의 상황을 제 때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뒤늦게 신용등급을 몇 단계씩 급하게 하향조정해 위기를 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EU 집행위는 S&P, 무디스, 피치 등 ‘빅3’의 시장지배력을 약화시키고 금융시장의 신평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법안을 만들어 회원국 및 유럽의회와 협의 중이다. 이규성 기자 bobo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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