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1년] <상> 저축銀 부실 불씨에 금융권 요동

급한 불은 껐지만...긴 불안은 못 껐다대주주 전횡·불법 대출 등 16곳 발빠른 정리·새출발턱걸이 생존 6곳, 내달 생사기로…예금자들 안절부절
[아시아경제 이지은, 김현정 기자] 1년 전인 2011년 1월 14일 금요일 오전 8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를 전격 발표했다. 저축은행 연쇄 영업정지 사태의 신호탄이었다. 새해 벽두부터 날벼락 같은 퇴출 소식에 예금자들은 혼비백산했다. 이후 16개 저축은행이 줄줄이 퇴출당하면서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남겼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모럴해저드에 국민들이 혀를 내둘렀고, 정ㆍ관계와 얽혀진 저축은행 비리를 하나둘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는 총 3회에 걸쳐 저축은행사태를 정리해본다.◆금융당국 '속전속결' 16개 저축은행 정리 = 삼화저축은행에 이어 2월 17일 부산ㆍ 대전ㆍ 저축은행, 2월 19일 부산2ㆍ 중앙부산ㆍ 전주ㆍ 보해저축은행, 2월 22일 도민저축은행까지 총 8개 저축은행이 상반기에 문을 닫았다. 저축은행 예금자들은 저축은행의 부실 및 비도덕성과 그간의 관리감독에 실패한 금융당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이에 7월 4일 당국은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 경영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금감원과 예금보호공사, 회계법인 전문가로 구성된 '경영진단반'을 가동시켜 구조조정의 자산건전성과 BIS 비율 등을 기준으로 불건전 저축은행을 가려낸다는 계획이었다. BIS 비율 5% 미만의 저축은행은 최장 1년 자구계획을 점검, 정상화 기회를 부여하고 BIS 1% 미만이고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며 경영평가위원회가 경영정상화계획을 불승인한 경우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과도한 예금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 9월 말까지는 추가 영업 조치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사정이 녹록치 않았다. 8월 15일 경은저축은행, 9월 18일 토마토ㆍ제일ㆍ제일2ㆍ에이스ㆍ프라임ㆍ파랑새ㆍ대영저축은행 등 8개 저축은행이 한꺼번에 영업정지됐다.이 과정에서 국내 저축은행의 자산은 86조 7686억원(2010년 말 기준)에서 59조 7326억(2011년 9월 현재)으로 27조원이 줄었다. 금융당국은 급한 부실은 다 도려냈다고 강조했지만, 예금자들의 상실감과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 영업정지를 진두지휘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중소기업 투어 때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감금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모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구조조정은) 지나치게 비대했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기형적이었던 저축은행의 경영 포트폴리오에 대한 정상화 작업이라고 본다"면서 "그러나 이중규제 및 감독으로 정상 은행들마저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정상화' 속도..불안감은 진행형 = 많은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됐지만 정상화 속도는 빨랐다. 금융지주사, 증권사들이 저마다 저축은행 인수에 나섰고, 예금보험공사도 가교저축은행을 통해 신속하게 영업을 재개했다. 뒤따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당국도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하반기 중 저축은행 구조조정 및 경영안정화 방안을 통해 대주주들의 전횡과 불법대출을 막기 위한 규제안을 마련하고, 저축은행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8ㆍ8클럽'을 폐지했다. 부동산 PF대출이 막혀 전전긍긍하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에 할부금융 신규 진출 등 새 먹거리를 제공해 주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정상영업중인 저축은행들의 추가 부실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는 점을 감안, 저축은행들의 468개 PF사업장을 살펴보고 자산관리공사(캠코)의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1조9000억원어치의 PF부실채권을 매입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저축은행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일단 지난 하반기 영업정지 처분을 면하고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은 6개 저축은행들의 유예기간이 지난해 말로 종료됐다. 이들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이달 중 심사를 마치고 내달 중 6개 저축은행에 대한 조치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아직 (자본확충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 단계가 남아 있다"며 "적어도 설은 지나야 확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학헌 에이스저축은행 회장이 검찰 출두를 앞두고 자살해 업계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임원 등 고위직이 목숨을 끊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지은·김현정 기자 alpha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김현정 기자 alphag@<ⓒ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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