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은 제수용품을 사러 나온 손님들로 발디딜틈없이 북적였다. 하지만 상인들은 경기침체로 인해 지난해 보다 손님들의 씀씀이가 작아졌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이윤재 기자, 오주연 기자]"대목이라 고모 장사 도와주러 나왔어요. 손님 몰리는데 손이 부족하다고 전화가 와서 집에서 노는 동생도 같이 데리고 왔어요."민족명절인 설을 열흘 남짓 앞둔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대목을 맞은 상인들은 조기 두름을 퍼덕 퍼덕 들어 보이며 흥정을 시작했고, 일 년에 몇 번 없는 대목을 맞아 일가친척이 총출동해 팔을 걷어붙이고 장사를 돕는 모습도 보였다.시장에서 카트를 끌고 다니며 커피를 팔던 한 상인은 "손님이 평소보다 4~5배는 더 왔다"면서 "상인들이 바빠서 커피를 못 사먹는다. 사람도 너무 많고 돌아다니지를 못하겠다. 오늘은 일찍 들어 가야겠다"고 말했다.설을 앞두고 재래시장을 찾은 한 60대 주부는 "평소에는 집근처 마트에서 사 먹지만 그래도 차례용품은 재래시장에서 산다"면서 "마트보다 더 싱싱하고 물건도 다양하고, 뭣보다 채소 값이 싸다"고 말했다.포털사이트 검색 등을 통해 재래시장을 찾은 젊은 손님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분식집에서 어묵을 먹고 있던 한 20대 여성은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니 경동시장이 유명하다고 해서 와 봤다"면서 "친구랑 같이 장도 보고 몸이 약한 남자친구를 위해서 구기자도 좀 샀다. 날씨도 별로 춥지 않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며 웃음 지었다.바쁜 와중에도 시장 상인들은 손님에게 커피도 대접하고, 살갑게 말을 붙이는 등 한결 친절해진 모습이었다.건어물가게 한 상인은 살 것을 꼼꼼히 메모해 온 한 30대 손님에게 "이렇게 멀리 재래시장까지 찾아와줘서 고맙다"면서 "여기는 물건도 싸고 하니 자주 장보러 오라"면서 시장홍보도 아끼지 않았다.30년간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했다는 한 상인은 "손님들은 설이라 많이 북적이는데 사실상 경기가 안 좋아서 씀씀이는 예전보다 많이 약해졌다"면서 "예전에는 명절음식이라면 더 굵고 좋은 것을 샀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고 설명했다.같은 시각 대형마트, 백화점에도 설 준비에 한창인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60~70대 손님들이 주로 재래시장을 찾는다면 대형마트에는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30~40대 젊은 주부들이 많았다. 백화점은 주로 차례용품보다는 설 선물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다.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최모(33·여)씨는 "전통시장이 가격이 싼 것 같긴 한데 대형마트가 품질이 깨끗하고 믿을 수 있어서 주로 이용한다"면서 "과일이나 채소류는 재래시장이 싼 것으로 알고 있는데 따로 전통시장을 찾기가 사실 번거로워서 집 가까운 마트를 이용한다"고 말했다.이마트 용산점 생선코너의 한 직원은 "경기기가 나빠졌다고 하는데 마트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거의 비슷하고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면서 "수요일부터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룰 것 같다"고 내다봤다.소공동 롯데백화점 지하 1층 역시 설 선물을 찾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지난해 추석 고가의 선물이 잘 나갔던 반면 올 설에는 실속형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선물용으로 가장 인기있는 상품코너는 단연 한우코너. 13만원대 한우알뜰세트는 이 날 하루 100개 이상 팔려나갔다. 한우코너의 점원은 "회사에서 선물용으로 많이 사간다"면서 "올해는 비싼 제품보다는 실속있는 선물, 낮은 가격대가 많이 나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주머니가 얇아진 탓에 백화점서 구매를 단념하고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도 많았다.한 50대 소비자는 "시장에서는 동태전을 3000~4000원 정도면 살 수 있는데 백화점에서는 2배가 비싸다. 겁나서 못 사겠다"며 결국 남편과 함께 발길을 돌렸다. 백화점 단기아르바이트생 전현정(19)씨는 "가격대가 저렴한 올리브유 등이 잘 팔린다. 3만원대 제품을 1400개 수량 맞춰 놓았던 것이 다 팔렸다"고 말했다.그는 "가격대비 실속있는 것들이 잘 팔리고 그 외에 것들은 잘 나가지 않아 어제 인기 제품이 완판된 이후 오늘은 10시 반부터 4시까지 3개 팔았다"고 말했다.백화점 관계자는 "올 설에는 개인보다는 회사에서 사가는 선물이 많고 지난해 추석보다는 매출이 못 한 것 같다"면서 "교환이 편리하다보니 선물용은 백화점서 사는데 정작 자신들이 차례상을 차릴 때는 백화점보다 마트나 시장을 더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박소연 기자 muse@이윤재 기자 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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