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직장인 이모(31)씨는 안주 할인행사를 하는 강남의 한 맥줏집을 찾았다. 그러나 곧 메뉴판을 보고 우롱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상가에서 할인해주는 것은 맞지만 바로 아래 '부가세 10% 별도'라는 조항이 따라붙은 것. 결국 제 가격을 주고 마신 셈이다. 이씨는 “고급 음식점도 아닌데 부가세가 웬 말”이라며 “싸게 먹으려고 왔다가 기분만 상했다”고 말했다.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물가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일반 음식점들은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책정해 가격 인상을 꾀하는 편법을 쓰고있다. 정부는 지난해 물가 관계 장관회의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외식업체나 호텔 등의 개인 서비스 요금 표시는 부가세(10%)와 봉사료를 합한 금액을 써야 한다'고 결정했다.그러나 외식업체들은 부가세를 별도로 달아 가격 인상을 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부가세를 포함한 1만2000원짜리 스파게티 가격에서 부가세(10%)를 별도로 분리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내야하는 돈은 1만3200원이 돼 사업장은 10% 인상 효과를 거둔다.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부 사업장은 이 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음식점들이 이처럼 부가세를 '악용'하는 것은 사업주 마음대로 부가세를 최종 소비자가격에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사김봉수사무소 관계자는 “일반사업자라면 무조건 부가세 의무를 지고 있는데 이를 공급가액과 합쳐서 가격표에 표시할지, 따로 떼어서 표시할지는 사업자 개인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가세를 아예 포함시켜 '1인분 5만5000원'이라고 표시해도 되고 따로 분리해서 '1인분 5만원(부가세 별도)'이라고 해도 법적인 하자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사업자 마음이라는 것.호텔 봉사료 10%도 마찬가지다. 부가세 10%와 봉사료 10%(일명 '텐텐')를 각각 따로 받는 곳이 있는가하면 봉사료를 아예 제품공급가액에 포함시켜 부가세만 받는 곳이 있다.서울 파크하얏트 호텔 관계자는 “호텔이 제공하는 품목에 기본으로 봉사료가 포함돼 있는 만큼 파크하얏트는 별도의 봉사료를 붙이지 않았다”면서 “텐텐을 붙일지, 텐만 붙일지는 각 호텔마다 다르게 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정부는 하반기부터는 이 같은 '사업자 마음대로'에 제동을 걸 방침이지만 업계는 비용상승을 초래한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는 별도로 부과된 부가세와 봉사료를 제품 가격에 포함시켜 게시토록 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실제 지불가격 표시제도 정착방안'을 발표, 외식업·통신요금 등을 중심으로 자율시범사업을 실시한후 하반기부터 전면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범 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릴 예정이다.업계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S호텔 관계자는 “부가세를 별도로 물린다면 메뉴판을 바꿔야 하는데 이것만 해도 한 영업장에서 최소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이라면서 “이 같은 계획이 시행된다고 하더라고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호텔의 경우 외국인 고객들이 가격인상을 단행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예외는 없다”면서 “실제 부담 금액을 표시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 문화를 정착시키고 각 사업장들의 인상 꼼수를 자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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