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부동산정책 딜레마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가 뉴타운 대책 발표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게 된 것은 '매몰비용' 처리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데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해관계가 얽힌 추진위원회와의 입장차다. 추진위는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사전 투입된 매몰비용에 대해 전반적인 보상을 원하고 있다. 반면 비용이 부담스러운 서울시는 바뀐 도정법이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해결방안을 고민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사업지별 매몰비용액이 적게는 1억~2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을 넘어서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매몰비용의 경우 '시 조례'에 따라 운영되는 만큼 정부측에 지원을 요청할 근거도 없다. 결국 서울시와 추진위가 해결점을 찾아야 뉴타운 출구전략이 추진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뉴타운 재구상 어떻게 추진되나= 현재 서울시는 주민이 원할 경우 조건에 따라 뉴타운 지구 해제를 허용하겠다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정비예정구역이나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정비구역에서 토지등소유자 30%이상이 해제를 요청할 경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제하겠다는게 골자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과반수 이상의 구청장들이 박 시장과 뜻을 같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뉴타운 취소 가능성도 점쳐진다.이렇다보니 매몰비용을 어떻게 해결하는냐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뉴타운 역시 공공사업의 일부인 점을 감안하면 추진위가 사업 진행을 위해 사용한 비용은 해당 시ㆍ도가 일부 부담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추진위가 취소된 경우 시장 또는 구청장은 해당 추진위가 사용한 비용의 일부를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지원할 수 있다. 추진위가 사업진행을 위해 투입한 비용 일부를 서울시의 지원으로 메울 수 있다는 풀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매몰비용 지원은 시 조례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사안은 추후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서울시내 총 247개 단위구역 중 추진위 구성조차 하지 못한 곳이 70여곳을 넘는 것을 감안하면 수백억원의 매몰비용을 부담해야하는 까닭이다.◇매몰비용 처리범위 기준 없어= 서울시가 매몰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처리범위에 대한 기준이 없는 점도 문제다. 추진위가 사용한 불투명한 사용금액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서울시와 달리 추진위는 총회를 끌어가는데 사용된 비용, 인건비, 식대와 같은 복리후생비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추진위를 구성 중인 A구역 관계자는 "뉴타운 출구전략의 끝은 매몰비용 처리"라며 "매몰비용이 처리되지 않으면 뉴타운 해제는 물론 추진위 해제조차 마무리 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른 구역 관계자 역시 "모든 추진위가 정비업체를 지정해 운영하는데다 추진위 사용비 역시 정비업체가 지급하고 있어 (매몰비용)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추진위와 정비업체간의 갈등이 법정다툼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새 건물이 지어져야 청산이 가능해지는 시스템인 만큼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한다는 이야기다.◇서울시도, 구청도 "난감 그 자체"= 그렇다고 관할 자치구들이 나설 상황도 아니다. 서울시 자치구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50%를 밑도는 상황에서 올해에는 무상급식 등 복지비용 증가로 예산 여력이 없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구역내 개발사업인 만큼 해당 자치구에서 일부 책임져야 하지만 한정된 예산을 감안하면 지원은 불가능하다"며 "서울시가 뉴타운 해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안을 내놓을 예정인 만큼 추후 발생할 문제점에 대해서도 고민해야한다"고 밝혔다.부담스럽기는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뉴타운 해제 가능 지역이 ▲정비예정구역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정비구역으로 한정됐다하더라도 최소 70여곳의 매몰비용을 혼자 책임져야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정법)시행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구체적인 사안들을 고려할 예정"이라며 "정부측이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고민 중에 있다"고 털어놨다.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 조례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정부가 나설 이유가 전혀 없다"며 "추진위가 사용하는 금액 역시 임원들이 직접 사용하는 등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정부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배경환 기자 khba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